매일신문

타 시.도 출신 주부들의 결혼생활

결혼생활 만2년이 다돼가는 주부 장명옥(30.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 얼마 전 남편과 아주 사소한 의견충돌이 있고 난 뒤부터 친정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친정이 인천인 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남편의 고향인 대구로 옮겨왔다. 처음엔 친정에서도 멀리 간다고 걱정이 컸으나 정작 자신은 덤덤했다. '남편 사랑만 있으면 어디선들 못사랴'.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타향에서의 결혼생활이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걱정과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친정부모 생각이 간절했다.

요즘 장씨처럼 친정과 멀리 떨어져 '타향 시집살이'를 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친정에 한번 가기도 힘이 들고 편하게 만나 얘기나눌 친구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심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남편 사랑만 믿고 시작한 타향에서의 시집살이를 한번쯤 후회하기도 한다. 특히 친정과 가까이 살면서 김치며 반찬이며 갖다 나르는 이웃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다. 남편이 서운하게 대하거나 몸이 아플 땐 혼자 몰래 울때도 많다.

그러나 외로운 타향 시집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뿐. 대부분의 남편들은 이런 아내의 심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처가가 멀다는 핑계로 명절 때마저도 다녀오기를 어려워한다.

외로운 타향 시집살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 사귀기. 하루종일 남편 퇴근만 기다리지 말고 구청이나 도서관, 사회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주부대상 강좌를 들어보자. 적극적인 자기계발의 목적 외에도 친구를 사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서울출신 강미림씨

한때 인터넷에 몰입

집안행사 많아 어려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다 대구로 시집온 강미림(36.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보성화성타운)씨. 3년전 결혼, 혈혈단신 대구로 내려올 땐 이민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대구엔 친구도 없고 또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처음엔 전공인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타향살이 외로움을 견뎠죠".

결혼 초기 집들이 등 행사가 있을 때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들었다. 전업주부의 생활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조로웠다. 서울보다 주부의 의무가 많고 집안행사나 일의 규모가 큰 것도 어려움이었다. 다정하게 잘 대해주는 남편이 큰 힘이 됐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는 외지인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혼을 하면 철이 든다고 했던가? 그럴 때마다 한번씩 친정이 생각나곤 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이기는 데는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남편 퇴근만 기다리고 남편에게만 의지하고 있으면 더 외롭고 힘들어져요. 눈을 밖으로 돌리면 좀 더 씩씩해질 수 있죠"

강씨는 전업주부를 마음에 두고 결혼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고 현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광주출신 이선씨

힘든 모습 안보여 장점

명절때 친정 못가 아쉬움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어려움도 있고 나쁜 일도 있을 수 있잖아요. 친정이 멀면 그런 모습을 안보여서 오히려 좋은 점도 많아요. 괜히 부모님 마음고생을 안 시켜드려도 되고요. 남편이나 나나 서로에게도 플러스요인이 됩니다".

친정이 멀어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는 이선(36.대구시 북구 구암동)씨. 13년전 결혼과 함께 전남 광주를 떠나 남편을 따라 대구로 왔다. 다행히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라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볼링.테니스 등 클럽활동을 하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시댁에서 행사가 있어 식구들이 다 모일 때면 한번씩 친정생각이 나죠. 그러나 정작 힘들 때보다 좋은 일이나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친정엄마가 더 보고싶어요.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죠".

타향 시집살이에 잘 적응한 이씨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남편이 맏이라서 명절 때 친정을 찾아보지 못한다는 것과 멀다는 이유로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씨는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라 내색은 잘 안하지만 친정의 대소사엔 반드시 참석하는 남편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박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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