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열 양상 옵션시장

국내 옵션시장의 외형 성장을 보면 '폭발' 말고는 달리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세계 금융사에 유례가 없는 국내 옵션시장의 이같은 팽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옵션시장의 폭발적 증가세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러시가 주된 원인이다. 9·11 미국 테러 사건 이후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대박이 속출했다는 소식에 주식투자자들은 복권 사는 심정으로 너도 나도 옵션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에 180만건이던 옵션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매일 900만계약을 웃돌고 있다. 거래 대금 규모도 하루 1조원을 넘어섰다. 지수옵션이 도입된 첫해인 지난 97년말 일평균 거래량이 3만여계약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때 4년여만에 무려 300배나 증가한 것이다.

증권거래소 옵션거래 전산시스템은 폭주하는 주문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옵션 투자가 초를 다투는 투자 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소의 서버가 과부하 현상을 일으키며 매매 체결이 몇분씩 지연되는 일이 요즘 들어서는 거의 매일 발생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현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옵션시장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현물시장이 옵션시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꼬리'인 파생시장(선물·옵션)이 '몸통'인 현물시장(주식)을 흔드는 비정상적인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선물 혹은 옵션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종합주가지수가 선물·옵션시장의 볼모로 전락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지수를 등락시켜야 옵션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꾼'(외국인, 기관, 큰손)들이 개인투자자의 주머니를 놓고 벌이는 머니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50% 가까이 급등했지만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이 신통치 않았던 원인 가운데 하나를 선물·옵션시장의 과열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우리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 등 선도세력들이 선물·옵션시장에서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삼성전자 등 일부 지수관련 대형주를 집중 매매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지수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수는 올랐지만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저가대형주의 수익률은 신통치 않을 수밖에 없다.

사이버 애널리스트 '템플턴'은 "외국인들은 11월까지만 해도 옵션시장을 소규모 헤징(위험관리)에 이용했지만 옵션시장이 커짐에 따라 이제 옵션으로도 이익을 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복덩어리'이란 필명의 한 투자자는 팍스넷 토론방을 통해 "종합주가지수 1천500~2천 포인트는 외인 비중이 많은 블루칩만 좀 더 사고 선물만 매수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지수로서 적은 자금만으로도 가능한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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