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의원 정보 공개하라" 의료소비자 요구 봇물

◈명백한 '담합' 비판 진료과잉 등 부작용도

이모(34·대구 중구)씨는 의사의 오진으로 멀쩡한 딸에게 6개월간 독한 약을 먹였다는 생각을 하면 분을 삭일 수 없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는 "중이염이 재발했으니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따로 찾은 귓병 전문클리닉에서는 "중이염은 이미 완치상태다"고 했기 때문. 이씨는 "의사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어린 딸을 3일마다 동네의원에 데리고 다니며 고생시켰다"며 아쉬워했다.

의사들이 상호 경쟁을 피하기 위해 병·의원을 폐쇄적으로 운영, 의료소비자의 알권리를 봉쇄해 경제적·시간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의료소비자들은 선진국처럼 병·의원을 선택할 때 의사 경력, 전문진료 영역, 치료 성적 등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개방적인 의료기관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들은 세부 분야별 진료영역을 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술실적, 성공률, 수술후 치료기간 등 의사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과의 경우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신장 알레르기 내분비 등 세부 분야별 전문의들이 개원후 '내과'로만 표기하고 있다. 의사의 경력과 기술이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흉부외과 등 외과 의사들의 객관적 평가자료도 소비자들이 알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은 입소문에만 의존, 병의원을 선택하고 있어 약물 오남용·불필요한 병·의원 이용·치료비 과잉지출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화여대 이선희 교수팀은 우리나라 사람의 67%가 병·의원을 선택할 때 가족 친척 이웃 친구 등 개인적 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를 최근 발표했었다.

그럼에도 의사협회는 무분별한 의료광고 억제를 이유로 성명 면허종류 전문과목 등의 광고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진료방법·경력 등에 대한 광고는 금지하는 자율지침을 최근 마련해 개원의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현행 의료법과 의협의 자율지침은 환자들에게 최소한으로 제공해야할 정보마저 차단하는 것이며 이것은 명백한 담합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병원사망률, 치료의 효율성, 환자만족도, 치료비용 등 병·의원에 대한 실태 기록과 등급을 인터넷에 공개, 환자들이 최적의 병·의원과 의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 경력, 전문 클리닉 등을 의료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하고, 중립적인 전문기관에서 병·의원의 시설, 친절도, 의사, 진료실적, 건강증진정보를 평가하여 의료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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