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교육청 인사관행 문제 제기

대구 칠곡지역 중학교 학부모들과 북구청이 내년 3월 개교하는 운암고 교사 배정에 형평성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은 대구 교육계의 특정 학교 봐주기 인사가 그만큼 뿌리깊은 관행이 됐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대구시 교육청은 그동안 교원 인사 뿐만 아니라 예산 지원 등 여러 측면에서 경북고, 대구고, 경북여고 등 전통 명문고 위주의 정책을 펴 학생과 학부모의 특정 학군 선호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 문제 제기는 새로 취임한 신상철 교육감이 직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구와 북구 관할 서부교육장이었다는 점에서 과연 그같은 관행을 과감하게 척결하고 지역간 균형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가 하는 시험 무대가 될 전망. 그러나 해결해야 할 난관이 적잖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어땠나=전교조 국.공립위원회가 최근의 교원인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성구 A고교의 경우 전입 교사 20명 가운데 16명이 일반계 출신이었으며 중학교 출신 1명, 실업계 2명, 신규 1명 등이었다. 반면 달서구 B고교는 22명의 전입 교사 가운데 일반계 출신은 8명에 불과하고 중학교 5명, 실업계 6명, 신규 3명으로 대조를 보였다.

전보 유예 제도 역시 특정 학교에 대한 선심이 눈에 띈다. ㄷ고의 경우 교무부장, 학년부장, 3학년 담임 4명 등 7명(9.2%)이, ㄱ고의 경우 교무부장, 연구부장, 3학년 담임 2명 등 5명(6.9%)이 유예돼 정원의 5% 이내라는 지침을 무색케 했다. 반면 서구, 달성군 등의 고교에는 단 1명만 유예된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는 소위 힘있는 장학사.장학관이 수성구나 전통 명문고 교장.교감으로 가서 자기 학교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경력 교사를 확보하려 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당국과 핵심 관료들이 수성구 고교 중심 정책과 여타 지역 소외를 심화시키는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어떤 영향을 미치나=신설 학교의 경우 시교육청이 일반계고 출신을 적게 보내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1학년 뿐이라는 점. 아직 진학 지도의 비중이 크지 않으니 중학교나 실업계고 출신, 신규 교사를 발령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에 개교한 와룡고의 경우 내년에 3학년이 생기지만 3학년 담임 경력이 있는 교사는 30여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하다. 외곽지 고교 교사들의 열정이 높다고는 하지만 진학지도 경험이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선 노력 만큼의 결실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달서구나 북구 등의 중학교 2, 3학년 학부모들로선 자녀의 고교 진학 문제 때문에 수성구나 남구로 이사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민에 한번쯤 빠질 수밖에 없다. 칠곡지역 중학교 학부모들이 시교육청에 항의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부모들은 "새로 문 여는 운암고가 활기를 띠면 칠곡 지역 다른 고교들도 함께 상향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사 걱정도 필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풀어야 할 과제들=신상철 교육감은 "공평한 배정을 원칙으로 삼겠지만 일반계고, 특히 3학년 담임 경력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는 결국 지금까지의 왜곡된 인사 관행이 빚은 문제. 3학년 경력이 있는 교사들의 경우 학교를 옮겨도 계속 3학년을 맡다 보니 일반계고에 몇년씩 근무하고도 3학년 담임을 해보지 못한 교사가 적잖은 것이다.

내년 대규모 학급 증설도 교사 배정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 학교마다 10학급 안팎이 늘어나게 되면 어느 학교든 일반계고 경력 교사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교장들로서는 현재 보유한 경력 교사들을 전보 유예 등을 통해 눌러앉히면서, 경력 교사를 한명이라도 더 충원해야 할 입장. 교사들은 "인사를 앞두고 학교마다 시교육청에 치열하게 로비를 벌이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교육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외곽지 고교나 신설 학교의 경력 교사 부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전보 내신을 낸 사람들이 지역별로 고르게 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인사 원칙을 결정하는 것은 내년 1월말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