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집지키기 자가방범

20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시 남구 봉덕동 ㅇ원룸 출입문 앞. 전기계량기 검침을 나온 윤모(55)씨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현관 옆 벽에 설치된 비밀번호입력기가 건물안 진입을 가로 막았기 때문. 윤씨는 "한, 두달새 현관 입구에 비밀번호 입력기를 달아 놓은 원룸, 빌라가 2, 3군데나 늘었다"며 "주민들 오기만 기다리다 그냥 돌아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주택가에 도둑이 설치면서 주민들이 '내집 지키기'에 온갖 '비책'을 동원하고 있다.

웬만한 건물마다 CCTV는 기본이고, 비밀번호 입력기에다 최첨단 적외선감지기까지 설치하고 있으며 사설경비업체 무인경비시스템 가입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북구 태전동 ㅎ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내년초 1억원을 들여 아파트 현관 입구 등에 17개의 CCTV를 설치하고 엘리베이터 무인카메라에 녹화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엔 지난 19일에 도둑이 들어 한집에서 1천만원 상당을 털어가는 등 최근 도난사고가 잇따랐기 때문.

지난달 남구 봉덕동 한 단독주택은 적외선 감지기와 함께 차고·건물 외벽에 CCTV 두대를 설치했다. 내년 1월 이곳에 입주할 예정인 황모(63)씨 부부는 "인근에 도둑이 자주 나타난다는 얘기에 500만원을 들여 방범장치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대구시내에서는 모두 6천974건의 절도사건이 발생, 이 가운데 절반 가량(3천507건)만 해결을 보자 시민들이 이처럼 '자체방범'에 나서고 있다.

한 사설경비업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대구지역 건물에서 발생한 1417건의 강·절도 사건중 559건(39.5%)이 주택가에서 일어났으며, 이 중 320건은 일반주택, 원룸. 빌라 등에서, 239건은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 업체 무인경비 가입자도 급증, 11월 현재 아파트 191건, 일반주택 79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아파트는 93건(48.7%), 일반주택은 20건(25.3%) 증가했다.

이 업체의 CCTV 판매량도 지난해 66건에서 올들어 11월말까지 88건으로 늘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IMF 이후 도둑이 늘면서 '내집은 내가 지키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열감지기, 지문인식기, 바이오목걸이 등 최첨단 보안장치를 문의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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