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韓日 투자협정'다소 미흡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 142개국 중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다. 세계는 지금 뉴 라운드인 '도하 개발 아젠다'에 기초한 세계화와 함께 대륙별·권역별 특성을 살린 '경제 지역주의'가 붐을 이루고있는 데도 유독 우리만 여기에서 소외돼있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타결된 한·일 투자협정은 FTA의 전단계로서 비록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적 의미는 지대하다 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 중 발효될 한·일투자협정은 현재 56개국과 맺고있는 투자보장협정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핵심은 상대국 투자자를 자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한·일 양국은 상대 기업에 최혜국(最惠國)대우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품·소재 등 일본 첨단 기업들의 한국투자가 크게 늘고 한국 IT산업의 일본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난 '10년 불황'을 겪은데다 앞으로 '10년 불황'까지 예상되고 있는 일본이 얼마나 투자를 확대할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한·중·일 3국 FTA의 경제적 효과가 검증됐고 이미 민간차원에서 한·일 FTA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협정이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초석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협정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노동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외국기업에게 노사문제를 안심시킬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투자 유치는 '헛구호'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경제협정을 정치 논리로 매듭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월드컵 공동개최에다 아키히토 일왕(日王)의 한반도 혈연관계 언급 등으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칫 한·일 경제협정 체결이라는 정치적 성과에 급급, 경제 문제가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투자협정이 조속히 실효(實效)를 거둘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쌍무협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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