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또 저문다. 사흘후면 새해가 다가오는 즈음에 되돌아 본 올해는 색깔로 치면 잿빛이다. 일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 있었다. 지금도 이를 떨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개떡같은 세상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나라가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자고나면 온통 무슨 무슨 게이트로 떠들썩하다. 왜 그렇게 실세(實勢)는 많은지, 아예 대놓고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수작이다. 부정부패가 기본이 된 나라가 아닌가. 터지느니 권력층의 비리 놀음이니 땅을 쳐도 시원찮다.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오늘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아니다'가 적확(的確)한 것일게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일이 생기면 '대통령 아들'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할말을 잊는다. 웃긴다. 정부의 정책도 국민들을 결국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부담을 줄인다는 의약분업은 짐만 잔뜩 국민들에게 부려 놓았고,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위기에 빠져 있는 꼴같잖은 일을 보면서 말문을 닫는다. 한심하다.
공교육의 실망감에 교육이민 바람이 불고 이제는 취업이민이 늘어 간다니 '대한민국은 과연 기능(機能)하는 것인가' 소리내어 묻지도 못한다.참으로 지도력위기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누구의 탓으로 돌린다면 국민들이 불행하다.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을 설득(說得)하는 힘이다. 지도자가 설정한 목표나 정책을 추진하는 능력이다.
다수(多數)를 설복(說服)케 하는 리더십은 도덕성을 으뜸의 덕목으로 삼는다. 우리가 찾는 이런 지도력이 과연 지금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도 갖는다. 지도력이 쇠퇴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조직의 장악력, 정책에 대한 판단력 등이 종전과 다르다는 분석이다. 한국사회의 지도력 위기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에 귀결(歸結)된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중심제에서 국정수행 차질 등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수권정당이라는 야당의 지도력도 국민들의 지적에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가 이런 위기에 빠져도 정책이나 대안제시가 있었는지, 자성(自省)해야 한다. 교원정년연장시도에서 보인 행태(行態)는 많은 국민들이 수긍이 안된다. 건강보험법개정안의 처리도 질책의 대상이다. 상임위원회에만 통과시켜 놓고 본회의 가결(可決)을 미루는 어정쩡한 자세는 야당도 그밥에 그꼴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는 야당이 변변한 대안을 제시한적이 있는지 기억이 없다. 소신(所信)을 굽히지 않는 국회의원을 배정한 상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빼고 표결을 강행하는 모습은 여느 정당, 권위시대의 정당과 너무 흡사하다. 포용력있고 인내하는 지도력과 거리가 멀다. 그저 터트리는데만 주력하고, 늘 비난하고 있는 '제왕(帝王)'에 닮은 꼴이 된다면 장래 한국정치 기상도는 암담하다.
우리를 화나게 한 상당요인은 한국정치판에도 있다. 여·야당 할 것 없이 정치자금만 드는데는 핏발이 섰다. 부정거래에 꼭 끼이는 정치인, 선거때만 되면 '돈 안드는 정치'를 외치는 이들이 국민들의 살림살이 걱정은 아예 하지 않는다. 말만 번지르르하니까 '거짓말 1위는 정치인'이라고 꼽는 것이 아닌가. 너무 뻔뻔하다. 멀리 갈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예산처리 법정기일을 한달 넘기고도 딴죽만 건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꼼수에만 정신을 팔고 있는 이들에게 내리는 심판은 표(票)다해가 바뀌면 우리사회는 지방, 대통령 선거로 달아오를 것이다. 되지도 않을 약속(約束)을 남발하는 꼬락서니를 어떻게 삭힐지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많다. 돈도 펑펑 뿌리는, 흥청망청 망쪼의 현상은 왜 없을 것아인가. 선거자금이 많이 동원되면 결국 부담은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나라의 중심세력을 뽑는 축제(祝祭)가 늘 이런 형태의 악순환이어서는 안된다. '가면(假面)쓴 정치인'을 가려낼 철저한 검색작업은 각자의 몫이다. 언제나 그들은 '준비됐다'는 정치적 수사(修辭)를 쓴다는 사실도 잊지를 말자. 분명하다. 말이 앞서면 실천은 신통찮다. 권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 국민들이 일년내내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새날에는 정신이 바르게 잡힌 지도력을 기대한다. 꼭 실천할 약속만 하는 절제된 지도자를 우리는 애타게 기다린다. 그 많은 허황된 약속에 우리는 얼마나 화나고 절망했던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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