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를 벗어나 35번 국도를 따라 영천쪽으로 20분쯤 달리자 '젊은 대학, 알찬 교육'을 표방하는 안동정보대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 덮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캠퍼스를 가로질러 제2공학관 3층 애니메니션과를 찾았다. 방학 중이지만 차세대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의 열기로 실습실은 후끈했다.
내년 2월 졸업하는 이영복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28살의 늦깎이 대학생인 이씨는 내년 1월 애니메이션 벤처인 '카카오스튜디오'의 창업을 앞두고 있다.
"늦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남들보다 빨리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봐야죠. 고교시절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이곳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해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흔히 플래쉬(flash) 애니메이션으로 불리는 웹만화를 제작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벤처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제 목표입니다".
이 대학 애니메이션과는 이제 겨우 2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학과다. 전국적으로 수십개의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들이 신설되는 요즘, 대도시도 아닌 이곳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그러나 김준수 교수는 지리적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지난 9월부터 이 대학 강의를 맡았다.
"인터넷 시대에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반드시 대도시일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학생들의 창작욕구를 자극하기에는 중소도시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제작에 필요한 첨단 장비도 고루 갖춰져 있으니 굳이 생활비 비싸고 삭막한 대도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죠.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은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엔 제1회 삼성전자디지털창작제 영상부문에서 학생 작품인 '감로탱'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유교문화 애니메이션 제작사업에 참가, '퇴계 이황 일대기'라는 130분짜리 디지털만화를 만들어 최근 열린 세계유교문화축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거두는데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습니다. 다른 대학 애니메이션과를 가봤지만 우리 대학만한 시설을 갖춘 곳이 없더군요. 제가 애니메이션 벤처에 도전하는 것도 장비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학내 창업보육센터에 터를 잡기 때문에 학과에 갖춰진 시설들을 100% 활용할 수 있습니다".내년이면 카카오스튜디오 대표를 맡게 되는 이씨는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면서 대학 생활 2년이 너무 짧아 실습장비를 100%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방학은 고사하고 공휴일에도 밤 12시를 넘겨 새벽녘까지 실습실에서 지내지만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내년부터 애니메이션과는 3년제로 바뀐다. 기본적인 작화부터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철저한 실무위주의 교육을 위해선 3년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씨는 "월트디즈니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벤처를 만들어 후배들과 신명나게 일해보는 것이 소망"이라며 "스타벤처의 등장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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