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끝 30전 31기 새직장이주용(37.대구시 동구 신암동)씨는 저물어가는 '신사년(辛巳年)'에 '실업자'라는 세글자도 함께 실어 보냈다. 30전 31기의 피말리는 도전끝에 '무인경비업체 대리'라는 새 직함을 찾은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5월까지 시외버스회사 총무과에서 근무했던 이씨에게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비껴가지 않았다. 95년 대우자동차에서의 실직 이후 두번째 좌절이었다.
"올들어서는 노동청 산하 대구 인력은행에 매일 나갔어요. 남들은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지만 저는 인력은행이 지난 한 해동안의 '직장'이었죠"
'마르고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구직자들의 애타는 구직행렬'이란 한 신문 사진에 등장하는 장기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은행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눈에 밟히는 팔순의 노부모와 아내, 딸. '못난 가장'이라는 자책감은 꿈속에서도 찾아왔다. 신사년은 정말 고통스런 한 해였다. 적어도 지난 10월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사전에도 없는 '30전 31기'의 '신화'는 이씨의 인생에서 살아 있었다. 지난 11월, 이씨는 31번째 원서를 무인경비업체 '현대보안'에 넣었다. 경쟁률 40대 1. 종업원 200여명의 기업체가 총무.인사 담당 관리직 사원을 모집한다니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렸다. 고졸출신 지원자는 이씨밖에 없었고 35세를 넘긴 지원자는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씨에게 합격 통지서를 안겨 주었다. 세상이 확 열리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늘 따라 다녔어요. 보잘 것 없을 지 모르지만 내가 지닌 경력에 대한 애착과 100번이라도 도전하겠다는 오기가 있었으니 여기까지 왔겠죠. 이제는 저를 선택해 준 회사에 꼭 필요한 일꾼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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