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세모에 서서

지난 연초 새 천년의 시대가 열렸다고 호들갑을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밑이다. 1년동안 숨가쁘게 살아온 사람들이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밝은 새해를 기대하며 한번 쯤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때가 또 돌아온 것이다.▲되돌아보면 지난 한해는 우리에겐 악몽이었다. 연초부터 우리 신문은 ××게이트를 머릿기사로 싣더니 일년내내 ××게이트판으로 시종했다. 의원 꿔주기로 시작된 민주당의 강한 '여당 공세'는 DJP 공조가 붕괴되면서 급기야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기형으로 바꿔졌고 이 과정에서 쓰잘데 없는 말의 성찬만 난무, 가뜩이나 세파에 찌들리는 민심을 허탈과 분노에 빠뜨렸던 것이다. 의원꿔주기 와중에서 나왔던 말들중에는 "한 마리 연어가 돼 어디서든 충성하겠다"는 말이 유행어가 됐고 이에 맞서 야당 대변인이 "우리 국회는 272명의 국회의원과 한 마리 연어로 구성돼 있다"고 비꼰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아무래도 잘못된 발언의 백미는 재테크의 달인인 안정남 전 국세청장이 "내가 죽거든 애국가 4절까지 부르고 관에 태극기를 덮어달라"고 했던 당부말과 "대통령의 태산같은 성은, 목숨을 바칠 각오…"라했던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메모가 아니었던가 싶다. 아무튼 지도층 인사들이 조폭(組暴)과 교유하는 세태가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고 그런 조폭 영화에 무려 2천100만의 인파가 몰린것도 결코 유쾌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지 않을는지.▲어쨌든 지난 한해 우리 지도자들은 어느 야당의원의 말을 빌리면 무능하고 부패하고, 끼리끼리 해먹는 '무부끼'적인 성격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끼리끼리 해먹으면 그걸로 아무 일도 없이 끝날것으로만 알았던 것인가. 신광옥 전 차관처럼 한푼이라도 먹었으면 할복자살 하겠다고 장담하던 사람들이 종국에는 조용히 수감되는걸 보면서 노자의 도덕경 73장의 구절을 생각케 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긴것 같으나 결코 빠뜨리지 않는다(天網恢恢疏而不失)'. 죄를 짓고 인간사회의 그물은 빠져나갈수 있어도 하늘의 그물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야 지도자는 다시한번 되씹었으면 한다. 지난 1년은 정말 오욕과 회한의 한해였기에 다가오는 임오년은 제발 진실과 정의가 우리사회에 넘치기를 더욱 갈구하게 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산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박두진의 '해'중에서)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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