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해맞이 이모저모

1일 새벽 많은 시민들은 바닷가나 높은 산에 올라 새해 소망을 빌었다. 그러나 올해는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 탓에 인파가 줄었고, 경산시청이 성암산에서 마련한 행사 경우 참가자가 300여명에 불과해 썰렁하자 일부에선 "바닷가도 아닌데 굳이 이 행사를 매년 개최할 필요가 있느냐"고 회의론을 펴기도 했다.

◇동해안 풍경=첫 해를 볼 수 없었던 포항 호미곶에선 관광객들의 섭섭함을 해병대원들이 달래 큰 박수를 받았다. 해뜨는 시각에 맞춰 해상 퍼레이드를 펼치고 헬기 2대로 고난도 시범을 보였을 뿐 아니라 태권무까지 곁들여 볼거리를 제공했던 것.

그러나 일대 민박집들이 방값을 7만원까지 받고 어떤 여관은 15만원까지 요구하는 횡포를 부려 빈축을 샀다. 또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정표가 불명확했으며 포항시청이 월드컵 성공을 기원해 지름 4m 크기로 만든 축구공의 재질이 천으로 밝혀지자 비난이 일었다. 그런데도 시청은 해맞이 인파를 16만명으로 부풀려 발표하기도 했다.

울릉도 성인봉(해발 983.6m)에선 울릉산악회원 50여명이 전날 저녁부터 포진하고 기다렸으나 구름때문에 오전 8시30분이 지나서야 해를 구경할 수 있었다. 또 임미자(61·경산 진량)씨 등 외지 관광객 1천여명은 폭풍주의보로 발길까지 묶었다.울진 해돋이 명소 중 하나인 후포항 등기산은 3천여명의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면 번영회·수협·청년회 등이 장작더미 수십개를 만들어 불을 피웠고 수백 발의 폭죽과 음악, 풍어 기원제 등이 이어졌지만 해는 예정 시간을 한참 넘기고야 떠올랐다.

◇내륙 고산에서의 해맞이=영주 소백산엔 1일 새벽 1시30분쯤부터 6cm의 서설(瑞雪)이 내렸다. 그러나 눈이 새벽 3시쯤 멎자 영주문화연구회는 예정대로 비로봉에서 해맞이 눈꽃축제를 열기로 결정, 새벽 3시30분쯤 버스가 출발했다.

비로봉에선 오전 7시쯤 해맞이 눈꽃축제의 막이 올랐고 천지무 기원춤에 이어 월드컵 개최의 성공을 축원하는 기원제가 올려졌다. 비로봉 아래에선 소백산악회원 30여명이 전날 밤 10시부터 등짐으로 져 올린 물로 커피·인삼차를 타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인사와 함께 등산객을 접대했다. 한켠에서는 선영여고 장호중 교사가 신년 휘호를 써주기도 했다.

영양 일월산엔 군청이 대형버스 16대로 800여명을 태워 날랐다. 주부 풍물패의 농악 등 한 시간여에 걸친 행사가 끝난 뒤 하산하던 관광객들을 위해 일월산악회는 국밥을 준비했다.

문경에선 호계면 오정산(804.9m), 문경읍 주흘산(1,106m), 모전동 매봉산 등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또 산북면 비조산, 불정동 자연휴양림 뒷산, 문경읍 고요리 단산 문경활공랜드 이륙장 등에서도 200~300여명이 행사를 가졌다.

◇그 외에 행사들=안동 녹전면 일출사에서는 시민·신자 등 1천여명이 '월드컵 성공 기원 해돋이 축제'를 열었으며, 칠곡에선 유학산에서 축제가 열려 산악회원들이 지역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올리고 대구예술대 농악대가 산 아래 팥제에서부터 길열기 농악놀이를 펼쳤다.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호강변 서세루(조양각)에서 열린 영천의 해맞이 행사는 기원제가 끝난 뒤 오전 7시50분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화됐다. 시장·시의회의장 등은 시민안녕·화합을 염원하는 새해 메시지를 발표했으며 영천여자전산고 농악대의 풍물놀이·지신밟기, 시민화합 건강달리기, 떡국 먹기 등이 이어졌다.

◇해맞이객들의 기원=소백산 비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새끼줄에 저마다 소원을 적은 리본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었다. 어떤 이는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축원하고 어떤 이는 승진이나 자녀의 대입합격을 기원했다.

또 소백산을 오른 영주의 김태원(휴천동)씨는 "올 한해도 가족들이 몸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다"고 말했고, 평택에서 산악회원들과 함께 찾았다는 이정수(47)씨는 "일출은 못봐도 새해 첫 새벽부터 서설이 내려 나라는 물론 내 일도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영양 일월산을 찾았다는 김원식(42)·이영선(38)씨 부부는 "올해는 정치·사회가 안정을 되찾고 우리 가족에게도 행복한 날만 계속됐으면 한다"고 했다. 안동의 최상훈(53·용상동)씨는 "첫 해를 볼 수 있어 올 한 해는 모든 일이 잘될 것 같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영덕을 찾은 대구의 이성수(45·신천동)씨는 "올해는 월드컵 대회에다 선거까지 겹친 중요한 해인 만큼 온 국민이 화합하는 새해가 되길 빈다"고 했다. 오색풍선 1천여개가 하늘을 나는 가운데 군위읍 마정산에서 해맞이를 한 배성기(43) 군위청년회장은 "작년은 농민들이 정말 견디기 힘든 한해였다"며 "올해는 항상 웃고 좋은 일만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현산 아래에서 해맞이 행사를 연 아무추어 무선연맹 경북지부 한기열(44) 부지부장은 "전국의 회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국태민안을 빌었다"고 했다.

칠곡 유학산에서 해맞이를 한 왜관의 이근수(36·상업)씨는 "개인적으로는 경기가 회복돼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고 국가적으로는 월드컵대회와 양대 선거가 무사히 치러지길 기원했다"고 했으며, 가족들과 함께 대구 성서에서 포항 호미곶을 찾았다는 김용환(54)씨는 "첫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가족의 평안과 나라 경제의 회생을 빌었다"고 했다.

가야산 백운동 시설지구에서 열린 성주지역 해맞이 행사에서 제수천 성주문화원장은 "못볼 줄 알았던 첫 해까지 모습을 드러냈으니 상서로운 징조임에 틀림없다"고 덕담을 했다. 또 가족들과 대구에서 왔다는 김시업(44·황금동)씨는 "올해 해는 특별히 크고 붉어 모든 일이 잘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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