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화당선소감.심사평

● 당선소감(차정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요? 살수록 예전 어른들이 말한 세 끼 밥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알 것 같습니다.하지만 어느 순간, 두 끼만 먹어도 살 것 같았습니다. 더 인간다운 세상, 더 고른 세상을 꿈꾸는데 기꺼이 한 끼를 보탰습니다.그리고 '글쓰기'를 위해 한 끼를 더 줄이는 용기를 내어 보았습니다.

그 용기가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에 앞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단 제 믿음을 버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더 기쁘고요.뜻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아동문학이 그나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자본의 발걸음이 더 재빨라서 아이들을 이용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그 숨막히는 현실에 작은 바늘 구멍이라도 낼 수 있다면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내 양심의 저울추인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지역의 여성활동가들께 고맙단 인사를 드립니다.또 함께 공부하는 글쓰기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없었다면 누가 내 글의 지킴이 노릇을 해 주었을까요. 그리고 부르는 것 만으로도 눈물 고이는 어머니께 늦게나마 이 자리를 빌려서 고백할 게 있습니다.

어릴 때 난전에서 배추장사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친구들 앞에서 아는 체 하기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그 한 번의 부끄러움이 줄곧 내 심장에 가시로 박혀 있었다고.

하지만 그 가시가 오늘까지 내 삶을 찔러 거짓과 삿됨에서 깨워 주었다고. 어머니 사랑합니다. 노동의 소중함을 삶으로 가르치신 당신을 막내딸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당당한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약력

△71년 대구출생 △대구 여성의 전화 강사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 △바른 글쓰기 강좌 대표

● 심사평

70여편의 작품 가운데 나름대로의 특색을 지닌 작품은 모두 열편이었다. 이 중에서 참신한 소재와 무리없는 전개로 재미있게 읽히기는 했으나 문단 첫칸 들여쓰기 등 기본적인 형식에 다소 흠을 보인 '똥과자 할머니'와 '고무신과 해당화'.'과자 굽는 은행나무'를 우선 제외했다.

다음으로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세밀하고 주제의식도 비교적 튼튼했으나 스토리 전개에서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작품이 '떡볶이'와 '백두산에 두고 온 반달곰'.'춤추는 바람개비' 등이었다.또한 이색적인 소재로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는 있었으나 구성이 보다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교훈성 노출로 품격을 다소 떨어뜨린 듯한 느낌의 '은어 이야기'.'너구리 꽃두루'.'우물 할아버지의 비밀'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당선작 '엄마 없는 날에도'는 오늘날 우리 둘레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문제, 이를테면 따돌림.가족애.빈부.인종차별 등 각종 사회문제를 비교적 깊이있게 그려내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물론 에피소드 간의 무리한 연결에서 오는 리얼리티 결여, 극적 상황 부족, 다소 장황한 구성 등이염려되기는 했으나 다양한 소재를 별 무리없이 융합시킨 역량이 믿을 만 했다. 더욱 큰 정진이 있기를 바란다.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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