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야단맞은 날투덜투덜 훌쩍훌쩍 자전거를 탄다.
우시장 지나고 논둑길
울퉁불퉁 털털털
마른길 골라 달리면
동생을 왜 안 때려?
눈물 한 방울 더 나고
강둑 끝 자갈길
자그락 자그락 덜그럭 덜그럭
길이 왜 이래!
내려서 돌멩이 한 번 걷어차고
강바람이 휘이휘이
주먹손으로 콧물 한 번 훌쩍
어라!
살얼음에 햇빛이 내리네!
버들강아지 벌써 꽃눈을 틔웠네!
씽씽씽 쌩쌩쌩
신나게 돌아오는 길
멍멍멍 컹컹컹
자전거 꽁무니에
와라락 따라붙는 강아지들.
●당선소감
동시는 티없이 맑은 마음 한 장, 여과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잘 닦여진 유리창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동시 하나가 내 가슴에 쏘옥 들어오면서 긴 세월을 두고 쌓여오던 더러운 마음의 찌꺼기와 얼룩들이 조금씩뽀드득 소리를 내며 닦이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나 자신에게 만족스러웠다.
바람이 무척 차가운 저녁. 큰 아이 유치원 행사에 쓸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붕어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한 봉투 사서 집으로 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당선을 알리는 전화였다.기쁜 마음을 감출 가 없었다. 같이 걱정하고 있을 고마운 얼굴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그들의 진심어린 축하에 다시 눈물겨웠다.우선 동시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안데르센 창작교실의 김문기 선생님과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늦은밤까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과 내 아이 상엽.지수에게도 사랑을 전한다.
이제 동시와 놀며 뒹굴며 사랑을 흠뻑 쏟아주고 싶다. 동시는 고뇌의 산물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좋은 친구이니까. 말간 유리창 한장 한장에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글들을 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내게 날개를 달아주신 매일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약력
△69년 경북 고령 출생 △경일대 경영학과 졸업 △전국 어머니 편지쓰기 모임 '편지마을' 회원 △안데르센 창작교실 회원
●심사평
우선 동시작가로서의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 10편 중 시로서의 격식을 갖추고있으면서 동시의 특성을 제대로 지닌 작품 세편을 어렵게 골라냈다.
이원락씨의 '감꽃 줍던 날'은 마치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감동을 줬다. 시어의 선택이나 각 연의 구성등 시를 빚는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다만 소재가 주독자인 오늘날 어린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는거리감이 있다는 점이 흠이었다.권보미씨의 '털장갑'은 시의 전체 분위기에서 엄마의 정이 넘치고 있었다. 털장갑을 짜는 뜨개질 과정의 시적 표현이 시의 주제의식을 크게 살려 주었다.
다만 몇군데 들어있는 설명적인 표현이 시 읽기를 다소 지루하게 해 시의 감동을 저하시키는 결점이 되었다.
한현정씨의 '야단맞은 날'을 읽으면서 받은 첫 느낌은 시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과, 덩달아 시 속의 화자와동일한 행동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시의 장면들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느낌도 좋았다.시어의 선택이 작가가 설정한 대상 독자의 수준에 매우 적절하며, 생략과 압축이 조화를 이룬 시적 함축미,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표현과 의성어.의태어의 적절한 사용이 시의 생동감을 더했다.
함께 보내온 '가야금 소리'와 '겨울 햇살' 등도 당선작의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 최종 결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더욱 정진할 것을 당부한다.
권영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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