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선생은 '나의 소원'이란 글에서 한국이 '문화국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부족한 사랑과 자비심과 인의를 채우기 위해서는 문화를 길러야 한다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빨리 망하려면 정치를 해야하고 이보다 더 빠르려면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던가. 과거 우리 사회에서 문화는 춥고 배고픈 작업의 대명사였다.

그런 우리들에게 문화가 굴뚝 없는 산업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일깨워 준 본격적 문화상품은 '쥬라기 공원'이었다.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공룡영화 '쥬라기공원'은 개봉 1주일만에 제작비 1억 달러를 간단히뽑았고 이후 발생하는 수익이 우리가 자동차를 1년간 수출해서 벌어들인 순수익보다도 훨씬 앞선다고 했다.

영화뿐 아니다.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까지도 영국과 미국에서지방투어가 계속되고 전 세계에서 공연되어 로열티와 함께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맹자의 불인지심(不忍之心)은 차마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는 마음. 문화는 사람에게 이런 선한 마음을 지니게 한다.

줄타기를 끝낸 소녀에게 우리가 박수를 보내는 것은 소녀를 측은해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서커스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만약 줄타기를 하는 소녀가 떨어지기를 바라면 곡마단의 문화적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문화는 사람의 어울림이 집단적이 되어야 감동이 배가된다. 관객이 연극의 삼대 요소 중 하나인 까닭은이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해방 직후의 경제력으로도 문화가 있으면 인류가 행복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문화를 오직 지나친 상업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듯 하다.

정부는 문화의 부가가치만을 강조하고 있고 기업은 문화라는요소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자극하여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랑이 본질인 문화가 우선해야 하는 데 오직 경제논리만이 가득하다. 우차(牛車)가나아가지 않는다고 바퀴를 때릴 수는 없는데….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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