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자전거는 쓰러지지않는다".
지난해 12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의 143번째 회원국이 된 중국이 21세기 대장정을 위한 힘찬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 지하철 쩐먼(前門)역 주변의 신문가판대에는 '중꿔루스'(中國入世),'중국 세계무역기구가입 정식발효'등의 머릿기사를 올린 '북경만보'와 '중국경제시보' 등 각종 신문매체들이 베이징 시민들의 눈길을 잡았다. 베이징시내 곳곳에도 '루스'(入世.세계무역기구 가입)를 축하하는 간판들이 내걸렸다.
그래서 쩐먼(前門)역 주변 빠따후퉁지역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인력거 영업을 하던 왕징(王正.56)씨에게WTO가입을 아느냐고 묻자 "잘 알고 있다"며 웃었다. 중국의 WTO가입은 인민들에게 중국경제의 대도약을 약속해주는 보증수표로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눈앞에 다가선 차이나 쇼크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 박사는 지난해 11월 29일자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몇년전과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이는 수많은 고층빌딩이 출현한 데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차원의 변화를 말한다"고 말했다.그는 "중국은 이제 대국으로 일어설 것이며 세계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차이나 쇼크'는 이제 현실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들어서면서 하늘을 찌를 듯이 포진해 있는 고층빌딩의 위용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베이징 시내는 지금도 자고나면 새 빌딩이 생겨날 정도로 '공사중'이었다.
세계의 자본이 중국으로 몰려들면서 중국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 홍콩과 대만, 싱가폴 등 화교자본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세계의 자본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2000년 407억1천만달러(실행액)에 이르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9월까지는 322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장대곤 산업은행 북경사무소장은 "외자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최근들어 중국경제의 유동성이 30% 이상 증가했다"며"중국인들의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프장고객의 20% 정도가 내국인이었는데불과 1년여만에 중국인의 비율이 80%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국가통계국(NBS)는 향후 10~15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중국은 아시아금융위기직후인 지난 98년 7.8%의 고도성장을 기록한데 이어 99년과 2000년 각각 7.1%와 8.0%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고 지난해 3/4분기까지도 7%대를 유지하면서 9.11테러나 세계경제의 침체로부터 별다른 영향을 받지않았다.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8일 중국이 올해에 7.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바탕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13억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지니고있는 엄청난 역동성과 다양성, 잠재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공산당이 지배하는 정치체제가 안정적이라는 점이 중국경제성장의 최대 원동력으로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개혁과 개방을 정부가 추진하고있는 만큼 무소불위의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흙밭에 불과하던 상하이 푸둥(浦東)지역이 10여년만에 세계의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신금융중심지로 탈바꿈한 것도 중국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푸둥의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의 주요도로인 스지따루(世紀大路). 둥팡밍주(東方明朱)와 진마오(金茂)를비롯한 대형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교통이 혼잡해지자 상하이 시정부는 이 지역의 집들을 한꺼번에 밀어버리고 도로를 개설했다.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중국정부는 거뜬히 해냈다.
중국경제는 시장경제와 계획경제가 혼재된 상태지만 근본적으로는 공산당이 장기간에 걸쳐 결정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사실상의 계획경제라는 점도 중국경제 성장의 한 동인이다.돈이 남아돌아 유동성이 넘쳐나도 중국에서는 물가가 뛰지않는다.
시장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사회주의체제의 집중민주제 역시 중국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의 하나다. 현재의 중국정부를 이끄는 최고지도자들이 단계적인 검증을 거친 능력있는 전문가집단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거론되고있는 후진따오(胡錦濤)부주석과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 원쟈바오(溫家寶) 등은 문화대혁명을 거친 제4세대 지도자군이다.
정성재 하나은행 중국본부장은 이들 젊은 세대의 급부상을 문화혁명의 반대급부로 해석했다. 그는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원로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젊은 전문가집단이 약진할 수 있었다"면서 "문혁이라는 쓰라린 역사는 또 경제성장 과정에서 표출될 수 있는 내부의 불만들을 잠재우는 유효한 족쇄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확산되는 중화(中華)사상
고급두뇌들인 해외유학생들의 귀국도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해외유학을 마치고 귀국, 일자리를 찾는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한해만외국유학파 출신들이 중국에서 3천여개에 걸친 과학.기술분야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78년이후 지금까지 해외 유학에 나선 32만여명의 유학생 가운데 절반도 안되는 14만여명만이 귀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들어 졸업후 중국으로 돌아와 취업하거나 사업을 하는 유학생들이 급증, 귀국증가율이 13%에 이르렀다.
해외유학파들은 사회과학원과 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원은 물론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산하 거시경제연구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애국심때문에 귀국하고 있으며정부도 이들에 대해 스톡옵션 제공 등 과감한 인센티브제도로 보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이끈 것은 중화(中華)사상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중화사상은 이제 중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이 세계무대를 이끌 차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베이징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중국국적의 조선족 권모씨는 "풍수는 돌게 마련"이라며 "이제는 중국이 양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중국법인의 허철 대표는 "중국은 9.11테러사건을 긴급뉴스로 보도하지 않는 등 차분하게 대응했다"며 "미국을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루스(入世.WTO가입)와 베이징올림픽 이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 시작한 중국은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강국을꿈꾸고 있다.
글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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