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과 사랑 그리고 희망 자원봉사(2)-장애인의 친구들

---장애인의 친구들

그들은 이미 친구였다. 비록 나이가 들쑥날쑥해 형·오빠라 부르기도 하지만 같이 어울려 이야기를 하다보면 영락없는 친구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도, '베푸는 자'와 '받는 자'의 관계를 떠난 지도 오래. 이해득실을 따지지도 않는다. 서로가 그저 친구처럼, 형처럼, 오빠처럼 가슴으로 만날 뿐이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과 셋째주 토요일. 이날은 경일대 순수 봉사동아리 'ㅎ.ㄴ마음'(회장 배수용·전자정보공학과 3) 회원 6명이 대구시 동구 각산동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회복지법인 일심재활원(원장 강안나마리아 수녀)을 찾아 봉사활동을 편다. 이곳은 장애정도가 심한 1급장애 97명을 포함, 모두 154명 장애인의 보금자리다.

"처음엔 수화를 배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가 금세 이들과 친해지게 됐죠. 이젠 몸이 아파도 아이들의 웃음이 그리워져서 빼먹을 수가 없습니다". 방청소, 식사보조, 설거지, 목욕시키기 등 여러가지 일들을 하면서 한 달 두 번의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다. 그러나 봉사활동이라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넘어서까지 하루 온종일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어울린다. 사람냄새가 그리운 아이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고 웃음을 되찾게 해준다.

이혁우(28·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10년째 특별한 친구들과 우정을 맺어오고 있다. 이씨는 경북 고령에 있는 국제재활원 성인반 '형님들'과 친구처럼, 동생처럼 지내오고 있다. 성인반은 30대 후반∼60대 8명이 재활원 내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움직이기 힘들다. 고등학생시절 성당의 학생부 일원으로 봉사활동을 나왔다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정에 굶주린 분들이죠. 한번씩 찾아가면 굉장히 기뻐합니다. 가능하면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왜 안오느냐고 연락이 오기도 하죠" 작년 고려대 물리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이씨는 요즘 학업관계로 자주 찾아보질 못해 늘 안타깝다.

이성용(34·성주 수륜초등학교 교사)씨도 국제재활원 장애아들과 특별한 관계다. 초등 특수교육을 전공한 이씨는 장애아들의 컴퓨터 접근을 도와준다.

이들은 글쓰기가 되지않고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줄 컴퓨터가 절실한 상태. 이씨는 이들을 위한 특수장비를 들여오기도 하고 간단한 장비는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발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세현이는 지금은 볼마우스를 사용해 인터넷까지 가능하게 됐다.

지난 2년간 매주 한번씩 재활원을 찾아 가르쳐온 보람을 느낀다. 반면 초등 1학년인 수정이는 손 사용이 어려워 물리치료에 더 신경을 쓴다.

이씨는 새해엔 장애아들의 컴퓨터교육에 관심있는 몇 명과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혼자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던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자원봉사의 특징.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보금자리 나눔공동체를 운영하는 이왕욱(41) 목사는 자원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우리 주위에는 눈에 띄지않게 봉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사회경험을 위한 나들이나 행사때 차량을 지원하기도 하고 인근 동네병원에서는 무료진료를 맡아주기도 하죠. 더불어 사는 이들 모두가 장애인들의 친구이자 이웃들입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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