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의료지원 빈약 아파도 치료 못해

홀로 사는 유모(67.대구시 서구 내당동) 할머니는 200만원의 비용 때문에 틀니를 해넣지 못하고 있다. 유 할머니는 "제대로 씹지를 못해 식사가 너무 힘들어요. 얼마전 동사무소에서 노인의 전화라는 곳에 추천을 해 줘 무료로 틀니를 맞출 수 있는 지 알아보려고 발품을 팔고 있지요"

수년째 당뇨병·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모(70) 할아버지는 최근 병원에서 폐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3주에 20~70여만원상당의 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치료를 포기했다. "어렵게 사는 딸에게 부담을 주기가 싫다"며 김 할아버지는 한숨을 지었다.

급속한 노령화 진행속에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사각 노인층 또한 크게 늘고 있다.

매년 65세이상 인구가 4~5%씩 늘면서 노인의료비 지출이 급증,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최대 요인으로 등장한 가운데 저소득 의료급여 대상자가 제한적이고, 보험적용 기준 또한 한정적이며, 만성질환의 노인 대부분이 경제사정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병의원이 보험공단에 청구한 노인의료비는 2000년 1조9천억원으로 10년전(1천621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전체 보험급여에서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부분도 17%(10년전 8.5%)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이 악화, 노인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혜택이 기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65세이상 16만여명 가운데 저소득층 의료급여 대상자는 1종 1만2천52명, 2종 2천120명으로 전체의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나머지 14만여명은 본인 스스로 건강보험증을 소유하고 있거나 자식한테 얹힌 부양가족이지만 대부분 경제적 곤란을 겪는 노인들이 많은데다 자식이 있더라도 자식에 대한 부담을 꺼려 제대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65세이상 노인 가구의 월소득이 80만원이하가 전체의 57.8%)

전문의들에 따르면 의료급여 대상자들도 연간 전체 진료일수가 일반인과 똑같이 365일로 못받고 있고, 대부분 보험적용 기준이 까다로와 중병에 걸릴 경우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대구파티마병원 신동건 내과과장은 "암환자의 항생제 경우 환자에게서 특정한 균이 발견된 뒤에 약을 써야 보험적용이 되도록 해놓아 대부분 의사들이 보험삭감을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비보험으로 약을 쓸 것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항암제의 경우도 한사람당 평생 60일 투약분에만 보험을 적용, 노인 암환자의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 노인의전화 대구지회에 따르면 이같은 사정때문에 의료비 상담을 하는 노인들이 지난해 200여명에 이르는 등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산업의학과 송정흡 교수는 "미국의 경우 노인 및 장애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라는 공적의료보험제도를 마련해 노인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라며 "보험재정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도 노인에 대한 의료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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