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 아침, TV에서는 한해의 소망을 담은 서설(瑞雪)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서울을 비롯, 전국 도회지와 산하가 하얗게 눈을 덮어썼다. 창문을 열어봤더니 가랑비만 내린 모양이다.
순간의 흥분은 이내 잦아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과 달리 올겨울 대구 지방은 유난히 눈소식이 뜸한 편이다.
그러나 순백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한 번 씩 큰 눈이 내린 날이면 영화의 한장면처럼 눈밭을 뒹굴고 눈싸움에 지치면 눈사람도 만들곤 했던 추억 말이다. 눈에 파묻혀 눈을 즐기고 추억을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더불어 눈꽃 여행을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눈 쌓인 산골 마을이나 바다가 보이는 해변 휴양지로 떠나는 것이다. 눈장난하다 지치면 벽난로를 지펴놓고 마음 따뜻한 사람끼리 둘러앉아 새해를 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태백산 눈축제=19일~27일 태백산 도립공원과 태백시내 일원에서 제9회 태백산 눈축제가 열린다. 태백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지 여행객들이 직접 참가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원광장에 들어서면 눈으로 만든 그리스 신전과 핀란드, 캐나다, 일본 등 국제팀과 국내 미술대 학생들이 공들인 눈조각 작품이 올해도 눈길을 끈다.
얼음미로와 이글루 카페, 눈사람 파크, 눈위에서 즐기는 풋살쇼 등이 펼쳐진다. 이글루 카페에서는 얼음잔으로 맥주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오궁(오리 궁둥이)썰매. 유일사 매표소나 당골광장의 등산로를 오직 엉덩이만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ㅍ 준비물은 비닐포대 1장. 일요일(20일, 27일)엔 오궁썰매대회도 열린다. 각국 눈사람을 구경하며 직접 눈조각을 해 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된다.
도립공원 마당에 있는 태백석탄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이곳이 옛 탄광지역이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도립공원 입장권(어른 2천원)으로 무료 입장이다.
축제가 한창인 태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는 태백산 설경. 눈앞에 펼쳐진 태백산(1,567m) 전체가 눈꽃 세상이다.
2일 현재 적설량은 30~50㎝ 정도. 아예 등산을 먼저 하고 축제장으로 가도 해지기 전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태백산은 높지만 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덮힌 산이라도 제대로 된 등산화와 방한복만 갖추면 아이들도 따라 나설만 하다.
당골코스(당골광장~반재~망경사~천제단)와 유일사코스(유일사 입구~유일사~장군봉~천제단)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을 거쳐 천제단까지 약 4㎞ 거리다.
당골코스로 하산, 당골광장까지 왕복 4시간이면 된다. 새하얀 옷으로 갈아 입은 주목군을 보는 맛이 새롭다.
동대구역과 삼성여행사(053-431-3000)는 대구역을 오전 7시에 출발, 오후 9시35분에 되돌아오는 태백산 눈꽃 테마열차를 7일부터 운행한다. 태백시청 033)550-2081. (www.taebaek.go.kr)
◆덕유산=삼공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가 워밍업이라면 백련사에서 주봉 향적봉(1,614m)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유격훈련 코스다.
숨이 턱턱 막히는 힘든 산행이다. 매서운 겨울의 맛이 이럴 것이다. 동서남북없이 하얀 눈세상이 열린다. 그러나 향적봉 정상에 올라서보면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의 복장을 자세히 보면 등산복 차림만은 아니다.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다.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오른 후 향적봉까지 걸어 오르는 시간은 불과 20분. 편리함만을 쫓는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곤돌라 요금은 편도 6천원, 왕복 1만원.
◆제주도 한라산=해마다 1월을 수놓던 눈꽃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다만 한라산(1,950m)을 찾는 등산객들을 위해 2월 초순까지 백록담 등반로를 개방한다.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오를 수 없었던 정상을 오를 수 있는 기회다. 나뭇가지에 착 달라붙은 눈꽃은 등산객이 넋을 잃고 갈길을 잊을 만큼 아름답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해풍에 단련된 눈꽃들이 내륙의 산과는 또다른 형상을 보여 준다. 대구시 산악연맹(053-355-7803)과 산악회 산과 계곡(053-742-0030)은 19, 20일 한라산 신년 등반을 떠난다.
◆대관령 눈꽃축제=12일~20일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용평 돔경기장) 일원에서 열린다. 설피를 신고 산돼지를 잡던 옛 사냥모습을 살린 민속놀이와 소가 끄는 전통 썰매 소발구를 볼 수 있다.
눈얼음 조각경연대회, 개썰매대회, 스노 카레이싱 등 볼거리가 예년보다 풍성하다. 평창군청 033)330-2399. (www.happy700.or.kr) 제7회 설악 눈꽃축제도 21일~27일 설악산 일원에서 개최된다.
하얀산길걷기, 빙벽등반대회와 각종 전통놀이도 곁들여진다. 속초시청 033)639-2541. (www.sorak-snow.co.kr)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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