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본 월드컵-국제심판 김영주

2002 월드컵 지역예선이 각 대륙별로 펼쳐지면서 전세계에서 환호와 절망이 터져나왔다.

지난 한해 국제심판으로 월드컵 지역 예선 7경기의 주심을 맡았다. 두 경기는 북중미예선으로 코스타리카-트리니다드 토바고(코스타리카), 멕시코-미국(멕시코)의 경기였고 나머지 5경기는 아시아 예선으로 아랍권 국가에서 열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9월2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라크-바레인전이었다. 9.11 미국 테러 직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주심으로 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당시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겠다고 벼르던 때였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신변 안전문제로 이라크 파견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가는 것으로 결정났다.

그런데 한국에 이라크 대사관이 없어 비자없이 FIFA 서류 한장만을 들고 출국했다.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공격으로 항공 노선이 상당수 취소돼 홍콩-방콕-두바이-다마스커스를 거쳐 30여시간만에 이라크 바그다그에 도착했다.

비자가 없어 갖은 고생을 했지만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이라크인들은 만나면서 여독은 쉽게 풀렸다.

호텔 인근의 축구장을 찾았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맨발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웃나라의 전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전쟁의 공포 같은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을 통해'스포츠의 힘'과 '삶의 여유'를 몸소 느꼈다. 가난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스포츠에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 여겼다. 우리 국민들도 올해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