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公正 다짐 사흘만에 또 '낙하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9일 공무원을 비롯한 공직자 인사에서 공정을 기하라고 지시한지 불과 사흘만에 청와대 행정관이 낙하산을 타고 정부산하 기관 요직에 임명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당부한 말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청와대 민원비서관실에 근무하고 있는 전북 고창 출신 김모 행정관을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근로복지공단 감사로 임명, 낙하산 인사를 또 되풀이 하다니 대통령이 이처럼 겉으론 공정인사를 내세우면서도 속으론 제 식구 챙기는 표리부동한 사람이란 말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대통령 지시를 우습게 여기고 자기네 마음대로 국정을 전단하는 사람들이란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그 많은 낙하산식 지역 편중인사가 되풀이 된 판에 까짓거 청와대의 3급행정관 한사람이 근로복지공단 감사로 간것 쯤이야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인사가 대통령이 임기말을 맞아 인사 탕평책을 부르짖는 가운데 스스럼없이 행해졌다는 데서 우리는 "국민을 무엇으로 아는가"하며 분노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얼마전 야당이 55개나 되는 정부산하단체나 공기업에 호남출신 및 여권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고 명단을 발표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편중 인사문제는 누가뭐래도 심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편중은 정부 권력의 사권화(私權化)경향을 낳았고 급기야는 각종 게이트 등 부패 커넥션의 온상이 됐던 것을 우리는 저간의 사정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에 공정인사를 다짐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임기말에 나마 지금까지의 인사 난맥을 인정하고 앞으로 공평 무사한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국정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런데 연초부터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또 터지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대통령의 말이 오락가락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을 것이며 어떻게 앞으로 닥칠 레임덕의 비효율성을 막을 수 있을지 막막한 것이다. 공정인사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낙하산 인사는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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