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모-장수황씨 갈등
지난해 가을 TV 드라마 태조 왕건의 공산전투 방영 이후 일약 유명세를 얻었던 대구시 동구 안심지역의 초례봉(醮禮峰)이 이번에는 역사 논쟁과 주민간 갈등 표면화로 다시 세인의 주목을 끌고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역발전을 내세운 자생단체인 '초례봉 사랑모임'(초사모)과 토착 문중인 '장수(長水) 황씨(黃氏) 집안'간의 초례봉 관련 유적 해석을 둘러싼 견해 차이.
먼저 초사모 측은 초례봉을 태조 왕건의 행적과 결부시키며 잇단 산행대회를 개최하는 등 이를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즉 공산전투에서 패해 도주하던 왕건이 초례봉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속전을 십분 활용한 것.
게다가 산이름이 '제사'와 '혼례'의 뜻을 지닌데다, '신방골'이란 골짜기까지 있어 이를 왕건의 제의와 혼례 장소로 해석하며 이곳을 명소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고산준령은 아니지만 심산유곡의 풍치를 지닌 초례봉을 지하철과 연계한 테마사업이나 자연휴양림 조성지로도 생각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3동(동내동)에서 400여년간 세거해 온 장수 황씨 집성촌 주민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초례봉 유적에 대한 무리한 왕건 관련 꿰맞추기로 선조들의 구국 업적까지 폄하되고 있다며 문중회의를 개최하고 동구청을 항의방문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초사모 측이 왕건 혼례설을 만들어낸 '신방골'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한 선조의 재실 '승방재'(勝芳齋)가 있는 '승방골'이라며 이곳을 '왕건의 초례청'으로 희화시킨 것은 가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이다.
주민 황봉하(67)씨는 "초례봉과 태조 왕건과의 관련성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역사적인 사료가 남아있지 않다"며 "공산전투에서 패한후 필사의 도주를 벌이던 왕이 이곳에서 신방을 차리고 혼례를 올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또 문중의 사전 양해도 없이 초사모와 동구청에서 일방적으로 등산로 개설을 시도, 문중산림과 자연 훼손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저지에 나서는 등 잇단 마찰을 빚어왔다며 가문의 명예회복 없는 초례봉 개발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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