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철 농촌여성 일감갖기 농번기 못잖게 바빠요

농한기라지만 부지런한 농부들의 손놀림에는 겨울에도 쉴 틈이 없다. 이름 난 메주를 만드느라 분주한 곳도 있고이때를 이용해 또다른 기술을 익히려는 발길도 바쁘다.

영양군 석보면 요원리 천분숙씨 집에는 지난 가을에 들여놓은 포도즙 가공설비가 요즘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웃 주부들이 일감 갖기 사업의 하나로 군청 지원을 받아 마련한 것.

일원면 문암리 이명숙씨는 해마다 이맘때면 농번기 못잖게 바쁘다. 버려지는 어린 열무와 배춧잎.무청 등을 수집해 뒀다가 찌개용 나물로 생산해 내는 것. 이씨가 만든 나물은 고기 식당에서 된장국 등을 끓이는데 들어가는 재료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주문이 밀리고 있다.

군청이 지원하는 겨울 농촌 여성 일감갖기는 갈수록 인기를 얻어, 곶감.한과 만들기, 배.도라지 등의 즙 추출 등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안동군 노하동 재봉골 마을부녀회(054-852-4549) 회원들은 요즘 전통 메주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벌써부터 서울.대구 등 대도시에서 주문이 밀려 들기 때문.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재봉골 메주는 우리 콩만 쓴다는 점이 특장. 매년 10여t의 메주를 생산하느라 이웃마을에까지 부탁해 콩을 계약 재배해야 할 정도.

이익금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축적하지만, 팔고 남은 메주로는 된장.간장을 담가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사회시설 등을 찾아 나선다. 권순자(54) 부녀회장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찾아 와 새참을 전해 주시며 격려해 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양 농업기술센터가 다음달까지 계속하고 있는 제빵 기능사 교육에는 15명의 주부가 참가 중이다. 어떤 이는 제과점을 여는게 꿈이라 하고 자격증을 따 살림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또다른 주부는 이웃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교육에 참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육을 통해 얻는 가장 소중한 것은 성취감과 자신감. 이선우(52.석보면 소계리) 주부는 '짬짬이 배워 얻은 한식 조리와홈패션 기능이 힘든 농사 생활에 큰 활력을 줬다'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여건의 돌파구를 다양한 공부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업기술센터 신화춘씨는 '농촌 여성들에게 겨울 농한기는 이제 없고, 가을걷이가 끝나면서 곧바로 또다른 일들을 찾는 것이 요즘 농촌 생활'이라고 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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