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봉제' 공기업으로 확산

90년대 중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등장한 '연봉제'가 대기업·중소기업에 이어 공기업에까지 확산일로다.

이로 인해 전통적 임금체계인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급속히 밀려나면서 직장마다 치열한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시산하 공기업인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은 이 달부터 3급 이상 전직원 39명에 대해 개별 근로계약서를 작성, 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공단은 지난해까지 2급이상 23명에만 실시한 연봉제를 올 해부터 전직원(530명)의 10% 가까이 확대한 데 이어 점차적으로 연봉제 대상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 공단 한승호 팀장은 "지난해 2천500만원의 연봉을 받은 3급 직원의 경우, 올해 4단계 인사고과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으면 최고 300만원 가까이 연봉이 깎인다"며 "따라서 지난해 연봉을 유지라도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근무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연봉제 도입은 전국적 추세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0월 정부투자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전직원 연봉제에 합의한 것을 비롯, KOTRA도 지난해 11월부터 연봉제를 도입했다.

경총이 지난해 11월 전국의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1천3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9.7%가 이미 연봉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준비가 끝났다고 응답해 민간기업에는 연봉제가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해 말 중소제조업체 1천개를 대상으로 임금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19.2%가 연봉제를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에도 연봉제가 크게 늘고 있다.

노동부의 1년전 조사에서는 100인 이상 사업장 4천698곳 가운데 1천275곳(27.1%)이 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 96년 도입 당시 조사(1.6%)와 비교할 때 5년만에 폭증세를 보였다.

노동단체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에 입각한 연봉제.성과급제가 마치 유일한 경제위기 탈출구인냥 앞다퉈 도입되면서 일터가 살벌한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문화 특성상 조직안정에 우선을 두는 임금체계도 필요하며 일부 기업은 근로자간 임금격차를 최소하시키려는 노력을 이미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