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지역문화 과제와 전망-1)미술행사

"뭐 볼 만한 전시회가 없을까?" 올 한해 동안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굵직굵직한 미술행사가 풍성하게 열릴 계획이어서 벌써부터 미술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6월 월드컵기간중 대구에서 '대구아트엑스포'와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2002'가 열리고, 가을에는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개막된다.

이 중 '대구아트엑스포' '청년비엔날레'는 비록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만한 행사다. 이들 행사를 계기로 대구미술의 도약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들 행사가 내실있게 치러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행사를 위한 행사' '알맹이 없는 전시회'가 됐던 선례를 더이상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라는 미술인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지역 미술인들이 단합해 행사를 치르면서 대구미술의 힘과 저력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

▧대구아트엑스포(5월30일~6월10일, 대구문화예술회관.봉산문화거리)

대구지역 화랑을 중심으로 전국 화랑 50여개의 아트페어(견본시장) 형식으로 치러진다. 세부적으론 문화예술회관에 화랑별 부스를 설치해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 석재 서병오 선생 특별전, 봉산문화거리의 도자기축제 등으로 구성된다.

미술평론가 권원순 교수(계명문화대)는 "예술성을 높여 문화욕구에 목말라있는 지역 애호가,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 세금으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미술품을 팔고 사는 것보다는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행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 작가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선정위원회'를 두고 작가 작품을 심사하는 것이 눈에 띄는 점이다. 계획대로라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수준높은 행사가 되면서 지역 화랑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지만, 타지역 화랑의 참여도에 따라 지역 화랑들의 잔치로 그칠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서울 등 타지역 화랑의 참가를 끌어내기 위해 과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각종 미술행사가 집중되는 월드컵 기간이란 점과 대구의 좁은 시장여건 등을 감안해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제3회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6월11일~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40세이하 청년작가 350~400명이 참가해 주제전, 특별전, 수상작가전 형식으로 열린다. 참가비를 받지 않으면서 지역별 커미셔너(선정위원)제도를 보완, 참가 작가 선정에도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비엔날레의 핵심인 전시 주제의 모호함이 눈에 거슬린다. 운영위원회는 '미술의 다양한 내용과 소통을 점검한다'는 의미로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을 주제로 잡았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상과 비구상이 혼재하는 비엔날레의 성격을 제쳐놓더라도, 또렷한 주제의식과 전시방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작품과 관객 사이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끈다. 독립큐레이터 김옥렬씨는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거나 함께 토론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이번 비엔날레에는 작가와 관객을 이어주는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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