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과 사랑 그리고 희망 자원봉사(3)-말기환자 호스피스 봉사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말기환자에게 편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자원봉사활동 중에서도 가장 힘든 노동인 것은 물론 수시로 마음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환자, 환자가족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함께 울어주는 일이 호스피스 자원봉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1992년부터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유선자(58.대구시 남구 대명2동)씨는 그간 환자들의 대소변을 치우고 투정을 받아내는 등 힘든 일을 해오면서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역시 '눈물을 흘리는 일'이라고 했다.

유씨는 환자의 고통에 동참하며 흘리는 눈물이 환자에게 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우는 것도 자원봉사의 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지역에서 유씨처럼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나선 사람들은 100여명으로 대부분 30∼60대의 주부들.

지난 1992년 이후 매년 1,2 차례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자들이 190명씩 배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두번 가량 자원봉사를 하곤 이내 소식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 대상이었던 말기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받는 상실감 등 마음의 상처로 인해 자원봉사활동을 계속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려는 환자들과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한밤중에도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고단함 등도 지속적인 호스피스 자원활동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이다.

이 때문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신앙심이 충만한 신자들이 대부분으로 대구지역의 경우 1987년 동산의료원이 가장 먼저 호스피스 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1991년 천주교계에서도 적극 권장, 개신교 및 천주교 신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남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극히 드문 편.

직장생활 등으로 시간상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호스피스 활동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확산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점차 늘어나고 1인당 평균 봉사시간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등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첫 호스피스 봉사활동에 나섰다는 주부 장정애(55.대구시 동구 신암4동)씨는 "치유가 힘든 화상이 말끔히 완치된 후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호스피스활동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미경(44.달서구 본리동 현대 백조타운)씨도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자체가 큰 기쁨"이라며 "자원봉사활동은 마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자랑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바자회 수익금과 교회 등의 찬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극빈 환자에게는 묘지까지 제공되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정부나 후원자들의 관심이 적어 활동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송미옥 한국호스피스협회 대구지부장(47)은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들의 열의는 대단한 반면 정부와 사회단체 등의 지원은 외국에 비해 아직 인색한 편"이라고 아쉬워 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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