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인이 지켜보는 월드컵 대회는 개최 국가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따라서 월드컵 경기장은 개최국의 첨단 건축·토목기술이 응집된 결정판일 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가치관까지 녹아 든 상징물이기도 하다.
월드컵 경기장은 단순히 축구경기를 위한 구조물만은 아닌 것이다.
일본도 이번 월드컵에 대비, 한국처럼 10개 월드컵 경기장을 지었다. 한국이 2조원을 들인 것보다 1.7배나 되는 3조3천억원을 들였으며 전용구장은 한국이 10개중 7개인데 비해 3개뿐. 월드컵을 계기로 문화체육시설을 증설한 셈이다.
개최도시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島) 삿포로(札幌)시. 세계최초의 공기부양식 축구.야구 겸용구장인 '삿포로 돔'이 있다. 삿포로 돔은 실외에서 마음껏 햇볕을 쬐던 폭 85m, 길이 1백20m의 거대한 직사각형 잔디판이 축구경기가 열리기 전 실내로 들어와 자리잡게 되는 이동식 잔디구장.
5시간이면 변신 끝나
평소 야구장으로 사용되다가 축구장으로 변신하는 데는 5시간이 소요된다. 야구장의 인조잔디를 벗겨내고, 돔의 무빙 월(moving wall)을 연 다음 공기부양식으로 천연잔디 구장을 띄워 실내로 옮기면서 동시에 선회식 좌석을 이동시킨다. 천연잔디구장은 돔 내부에 도착하면 야구의 내야석과 축구 메인 스탠드를 일치시키기 위해 90도 회전한다. 무빙 월을 닫고 선회식 좌석을 복원해 놓으면 축구장으로 변신 끝이다.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 삿포로지부 관계자는 "축구장 자체가 움직이는 시간은 불과 1시간정도"라며 "자그마치 8천3백t이나 되는 잔디판이 자동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명물거리"라고 자랑한다.
'히로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삿포로 돔의 특색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기장을 덮은 거대한 지붕은 최장 229m, 최단 길이 218m로 일본 제일의 크기. 스테인레스 재질의 조개형 디자인으로 부드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축구장과 야구장의 경계를 이루는 무빙 월은 거대한 유리로 외벽을 마무리, 주변 자연 경관도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최신 음향과 무대시스템을 갖춘 콘서트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4만2천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다.
경기가 없는 날은 돔 투어(dome tour)가 있다. 선수 탈의실, 감독실 등 일반관중은 볼 수 없는 돔의 이면을 전속가이드가 안내해 준다. 1층 전망대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로 3층에 올라가면 높이 53m의 전망대.
돔 내부는 물론 삿포로 시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경기장 관계자는 "맑은 날이면 멀리 이시카리만까지 바라볼 수 있어 삿포로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백조 날개짓 떠올리게
'빅 스완'(big swan) 니가타(新潟)경기장. 하늘을 나는 백조의 이미지로 건설돼 세계로 도약하는 니가타를 상징한다. 관중석의 90%를 덮은 주름진 흰색 지붕은 경기장 바로 옆 도야노가타 호수에서 방금 육지위로 올라온 백조의 날갯짓을 연상하게 한다. VIP석 630석, 독실 관람석 308석 등을 포함, 4만2천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이타마를 축구 메카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21세기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구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즈치야 요시히코 사이타마(埼玉)현 지사는 경기장 설립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사이타마 경기장은 일본에서 가장 큰 축구전용 경기장.
수용규모가 무려 6만3천700명. 스탠드 앞좌석에서 그라운드 터치라인까지 거리는 불과 14m로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거친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 좌석마다 컵 홀더가 붙어 있는 등 관중 편의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엘리베이터가 11개나 설치돼 있어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손쉽게 입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50석의 휠체어석은 발판으로 자리를 높였는데 경기장측은 "앞 사람이 일어서더라도 시야가 가리지 않아 관전에는 지장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우승팀 가시마 앤틀러스의 연고지 가시마(鹿島)시에 위치한 이바라키(茨城) 경기장은 1만5천명 규모의 기존 구장을 4만1천800명 수용의 축구전용구장으로 증축했다. 태평양에 떠있는 함선 모양을 본딴 경기장은 사시사철 잔디의 푸르름을 유지하기 위해 스프링클러와 난방장치가 설치돼 있어 잔디 질이 일본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열린 공간'을 모토로 세워진 미야기(宮城) 경기장. 보다 개방적인 스타디움을 만들기 위해 은하계 모양의 다중나선형 구조를 채택했다.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관중석의 70%를 감싸고 있는 금속 지붕은 소라껍질을 떠올리게 한다. 내부와 외부, 시설과 시설이 분단되지 않게 연속적으로 구성된 공간은 입장객들에게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약 5만명이 들어갈 수 있다.
일본에서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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