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나온 새책이 책상옆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과연 독자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만한 책은 몇권이나 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얼마전만 해도 출판사에서 부쳐온 책이 든 소포를 뜯을 때면 나자신의 가슴이 뛰는 것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남보다 먼저 신선한 내음의 책을 보는 것만큼 흥분을 자아내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일년 가까이 책을 고르면서 이런 생각들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제는 책을 세심하게 보지 않더라도 어떤 책이 주류를 이룰지 대충 짐작이 됩니다.신문.방송을 오래 접하지 않고 신간 목록만 살펴봐도 세계적인 뉴스나 주요 이슈를 능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출판사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불과 1,2개월전에는 '중동문제' '빈 라덴' '미국 패권주의' 같은 책이 매주 10∼20권씩 쏟아져 나왔습니다.그중 괜찮은 책도 꽤 있었지만, 상당수는 서둘러 만든 듯한 조잡한 책이었습니다. 대박만 노리는 한국 출판계의 '상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겠습니까.
2002년 첫주에 나온 책도 작년 경향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아프가니스탄' 특수는 완전히 끝났고, '중국' 특수가 새로 온 듯한 느낌입니다. '중국의 몰락'(고든 G 창 지음) '중국의 외교정책'(지오찬성 지음)'중국경제 산책'(정운영 지음) 등이 눈길을 끕니다.
경영관련 서적도 여전하게 쏟아집니다. '남에게 밀리지 않는 서바이벌 원칙' '세계최고 경영자들의 행동지침' '대박투자법' 등의 카피를 앞세운 책들은 비슷비슷한 제목과 내용으로 옥석구분에 어려움이 많습니다.이것 저것 빼고나면 50권 안팎의 신간서적 중 항상 서너권만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출판현실이 아니겠습니까.
철학얘기를 대화형식으로 쉽게 서술한 '라쁠라스의 악마는 무엇을 몰랐을까'(양운덕 지음), 중동의 사막길을 여행하며 성서를재해석한 '워킹 더 바이블'(브루스 페일러 지음), 현재 한국사회를 어떻게 볼 것지에 대한 논문 9편을 실어놓은'현대 한국사회 성격논쟁'(석현호, 유석춘 공편)이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책입니다.
우리와 출판계를 둘러싼 여건은 무척 어렵지만, 올해에는 책다운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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