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철에도 과연 볼만한 미술전시회가 있을까?
올해에는 미술시즌이 아닌데도 괜찮은 전시회들이 꽤 열리고 있다는게 특이하다. 예년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화랑들이 소장전을 열면서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는게 보통이었는데, 올해는 그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백남준전'(20일까지.신라갤러리)과 '대백프라자갤러리 개관 30주년 기념전'(14일까지)은 향후 몇년동안 대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전시회라는 평가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가 와병중임을 감안할 때 미리 봐놓는게 좋을 듯 하다. 최근 추위에도 불구하고 하루 50∼100명 이상의 관객이 찾고 있다.
대백프라갤러리의 개관 30주년 기념전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미술계를 이끌어온 대가들의 작품이 대거 전시돼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 김흥수의 '첼리스트', 장욱진의 '나무아래에서', 김환기의 'Sans Titru No304', 백남준의 'TV첼로', 오지호의 '정물', 이쾌대의 '부인도' 등은 쉽게 감상하기 힘든 작품들이다.
또 다른 전시회로는 갤러리 소헌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7인의 인식의 변화와 모색전(23일까지)'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계의 중진작가들이 생명, 환영, 꽃, 내면 등 각자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게 흥미롭다. 또 화랑관계자들이 관람객에게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더욱 좋다.
우봉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대구.서울청년작가전(23일까지)'도 볼만한 전시회로 꼽힌다. 동.서양화에서 대구작가 2명, 서울작가 2명씩 초대, 지역별 작품동향과 기량을 점검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점이 눈에 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것인가?" "현대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나?" 현대인들은 미술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전시회에 가보고 미술공부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그럴 틈이나 여유는 찾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월드컵과 함께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리는 올해, 미술과 가까워지고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그림과 작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몇년전 한 지역 화가의 전시장에서 벌어졌던 에피소드.
시골의 뼈대있는 집안 출신인 20대 중반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 그는 현대미술을 지향하는 청년작가답게 나무와 금속 등으로 만든 설치작품을 전시회에 선보였다.
당연히 시골의 부모님은 버스 한대를 빌려 마을사람을 모두 태우고 자랑스런 아들의 전시회를 보러 왔다.
마을 사람들과 전시회장을 한바퀴 둘러본 부모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물었다. "얘야! 도대체 그림은 어디 있느냐?". 아들은 "그게 그게..."하면서 설명도 제대로 못하고 뒷머리만 긁고 있었다나.
작가의 부모님과 마을사람들은 캔버스가 아닌, 나무와 금속으로 구성된 입체물은 그림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무엇이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는 해프닝이다.
또다른 웃지못할 에피소드.
얼마전 개인전을 연 40대 작가가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 전시장에 와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친구왈 "입장료가 얼마냐?"고 물었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친구의 무식(?)에 기가 찬 화가는 "문화예술회관에는 한번쯤 가봤겠지?"라고 되레 물었다. 그 친구왈 "몇차례 가봤는데 입장료 낼까봐 전시회는 한번도 안봤다"고 했다나.
옮겨지는 과정에서 다소 부풀려진 얘기겠지만, 어쨌든 보통 사람들의 미술에 대한 이해정도나 선입관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전시장을 찾아 그림을 훑어봤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해프닝인 셈이다.
미술전시장 한번 못가본 이들이 있을까만은, 혹 그렇지 않다면 이번 주말부터라도 아이들 손을 잡고 인근의 전시장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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