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화끈한 위스키, 체크 무늬 치마 차림의 남자들, 쉼없는 백파이프(bagpipe)의 울림….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이런 이미지들과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독특한 기질이 묻어나는 도시 에딘버러(Edinburgh).
영국땅이지만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잉글랜드 본토와는 동떨어진 독립국가로 느껴지는 스코틀랜드의 고도(古都) 에딘버러에는 여름 한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다.
매년 8월 3주동안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축제인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개막되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본토는 물론 유럽과 멀리 미국 등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온 도시가 시끌벅적하다.
많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축제 기간이면 에딘버러 시내의 모든 콘서트 홀과 연극무대는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공연단의 연주와 공연으로 매일 풀 가동된다.
야구경기를 중계하듯 BBC 방송이 매일 밤 축제내역을 요약 중계할 만큼 에딘버러 페스티벌에는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와 구성력을 가진 많은 재주꾼들이 참석한다. 먼저 음악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단연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단,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같은 쟁쟁한 연주단과 개인 연주가들의 공연이 계속된다. 음악 뿐만 아니라 연극과 오페라.발레도 뒤질세라 저마다 두각을 드러내며 공식적인 축제행사 이외의 영화.재즈.책 페스티벌도 함께 열린다.
에딘버러성 입구 행사준비위윈회(HUB)에서 만난 에마 포버(32.여) 인터내셔녈 이벤트 준비팀장은 "잘츠부르크나 비엔나 음악제가 중앙집중식으로 진행되면서 프로그램이 분산되는데 반해, 에딘버러 축제는 개별적으로 진행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총망라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선 중세의 고색창연한 성을 포함한 건축유산과 연극 공연장.콘서트 홀.화랑 등이 잘 갖춰진 문화예술공간, 그리고 관람객의 숙박.편의시설이 잘 정비된 에딘버러는 세계적인 축제 장소로 손색이 없다.
특히 비운의 메리 여왕을 비롯한 숱한 영욕의 역사를 간직한 에딘버러성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구성지게 풀어내는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oo.의장대 공연)의 백파이프 연주는 축제의 절정이자 피날레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의 여름밤을 환하게 밝힌 가운데 한밤의 정적을 깨뜨리는 백파이프와 군악대의 연주는 과연 매년 20만명의 관람객과 5천만명의 TV 시청자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스코틀랜드 사단 정규 보병대대 소속의 장엄한 의장대 공연은 에딘버러성의 아름답고 슬픈 사연과 함께 관광객들의 가슴에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불꽃과 화려한 조명으로 한껏 고조되던 축제 분위기도 성벽에 동그랗게 남은 하나의 조명과 함께 일순 정적이 감돌고, 이어서 스코틀랜드의 한많은 역사를 대변하듯 처연하게 울려 퍼지는 파이프 연주.
그 가락은 우리에게 너무도 낯익은 스코틀랜드의 전통가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국적과 인종도 잊은 채 관람객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이 아름답고도 슬픈 노래에 취하다 보면 스코틀랜드의 여름밤은 자꾸만 깊어가고 축제는 어느덧 종착역에 와 있다.
에딘버러에서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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