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공군 전투기 사격장 문제가 지난 8일 발생한 식당 오폭 사건을 계기로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경기도 화성 매향리 주민들이 미군기 사격장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을 뿐 아니라, 재작년엔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 섬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소요사태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주민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상주의 일대 주민들은 오는 14일 모여 단체 대응을 본격화키로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현지의 지금 분위기=사고가 난 뒤 현지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공군기 사격은 9일부터 중단되고 있다. 공군은 또 오폭 피해자인 김창인(44)씨 횟집에 장병 20여명을 보내 건물 수리에 들어갔으며 보상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김씨 등은 피해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보상한 일이 없다며 군부대를 불신, 소송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씨의 부인(40)과 아들(6)은 오폭에 놀라 9일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 중동면 면민들은 청각 장애가 심한 400여명을 검사하는 등 추가 조치가 없으면 점거 등의 방법으로 사격을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마침 같은 시점에 국방부가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 등에 대해 2005년까지 소음 관련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곳 일부 주민들은 그보다는 이주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주민들은 작년 9월에 '중동면 소음공해 추방위원회'를 발족시켜 두고 있으며, 고재훈 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주민들이 더 불안해 하자 14일 오전 전체 주민 회의를 열어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주민들이 말하는 피해=가장 일반적인 것은 전투기의 기관포 연습 사격과 저공비행 소음으로 인한 피해이다. 청각 장애, TV 시청 장애 등은 물론이고 대화·전화통화 조차 곤란하다는 것.
일대 학교들은 수업 지장을 호소했다. 사격장과 직선으로 2㎞정도 떨어져 있는 중동초교 한 교사는 "학습 분위기가 산만해져 학업성취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중 창문을 걸어 닫고 생활해야 해 여름철엔 찜통 수업의 곤욕도 심각하다"고 했다. 2.5㎞ 떨어진 중동중학교 측도 "수업 지장 외에 폭음으로 학생·교사들이 놀라는 일까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는 그 외에도 갖가지. 중동면 우물리 양찬모(40)씨는 "기관포 유탄에 묘지 상석이 부서져 당국에 신고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00년 5월 중순엔 같은 마을 양희갑(64)씨 과수원에 폭탄이 떨어져 인부 등 10여명이 놀라 쓰러져 군부대 측이 약값으로 20만원을 준 일이 있고, 같은날 양춘모(45)씨 못자리에 떨어진 폭탄은 지금까지 그냥 박혀 있다는 것.
인근 오상리에서 돼지를 키우는 고재훈(47)씨는 "돼지는 1, 2회 정도 인공수정 시키면 임신되지만 이 지역에선 4~6회 시켜도 실패율이 높고 유산이 흔해 사육농가 숫자 자체까지 줄고 있다"고 했다.
낙동면 내곡리 축산농 이창수(52)씨는 "소를 50여차례나 인공수정해도 불임됐다"며, "저공 비행에 팔순 노인이 놀라 병원에 가기도 했다"고 했다.
공군 사격장은 중동면 간상리 등 195만평에 걸쳐 있고, 피해 범위는 상주 병성·도남동, 사벌·낙동면, 의성 다인면, 예천 풍양면에까지 뻗쳐 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매향리의 경우=비에케스 섬 처럼 미군기 사격 문제로 이미 국가적인 문제가 돼 있다. 우리 공군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군 전투기 사격장의 문제란 점에서는 공통점도 있다.
대책위원장 등 이 동네 주민 14명은 만 4년 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작년 4월 1심에서 "주민 피해가 인정된다"는 승소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9일엔 항소심(서울지법 민사 항소9부)에서도 "국가는 주민들에게 1천105만~975만원씩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군 폭격 소음 피해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미군 훈련 소음피해를 위법한 것으로 인정해 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첫 판결이 될 전망.
소송이 진행되자 같은 지역의 다른 주민 2천222명도 작년 8월에 444억4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추가로 제기, 현재 1심 재판에 계류 중이다
상주·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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