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지역문화 과제와 전망

문화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풍부한 문화인프라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활성화에 필수적인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갖춰져 있고, 이를 활용하는 문화행정력이 체계적이고 세밀하다는 점이다.

폭넓은 전문인력과 기획력, 풍부한 이벤트 경험 등 여러 요소가 골고루 갖춰질 때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대구.경북의 문화행정의 현주소는 어떤가.

문화 인프라와 전문인력의 부족, 소프트웨어 부재…. 한마디로 문화선진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새해 대구시, 경북도의 문화행정 추진 방향은 월드컵과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인해 명목상으로는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고, 예산도 늘어날 전망. 하지만 이를 운용하고 문화저변을 넓히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예년에 비해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의 2002년도 문화시책 추진계획을 보면 △월드컵 문화행사, 지역축제 등 국제행사에 대비한 문화행사 개최△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시립미술관, 구 문화회관 건립 등 문화인프라 확충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 확대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산업 집중육성 △문화재 보수정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산규모도 일반회계 중 문화부문예산이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0.2% 증가한 1.4%(228억원.체육관광 제외)로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갈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기획, 제작, 홍보, 기술 등 문화행정 전문인력의 양성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2003년 1월 준공 예정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비롯 구 문화회관 등 각종 문화시설 확충에 맞춰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전문인력을 키우는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제가 도입된 대구문예회관 등 기존 문화시설에 대한 구조 개편도 지지부진한 상황.

대구시립예술단 사무국 조직개편이나 기획전문인력 확충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대구시의 개혁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계명대 음악대 이승선 교수는 "문화 저변을 넓히려는 대구시의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지만 시민 삶의 질 향상이나 문화향수 기반구축에 필요한 장.단기 대책.유인책 마련은 여전히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유교문화축제 개최 등 지난해 나름대로 성과를 기록한 경북도의 경우 관광산업육성과 연계시켜 △문화유산 관광자원화 △국립 경주극장 설립 등 문화인프라 확충 △지역문화예술 진흥 △문화산업기반 육성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운영 활성화 △전통문화상품 개발.육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산규모는 전년도 대비 13.1%가 늘어난 1천284억원 수준으로 일반회계 중 문화(체육관광 포함)부문 비중은7.7%(2001년 7.2%)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유교문화권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꼽고 있는 경북도는 올해 540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화,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지역개발을 앞당겨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을 국내 최고의 문화테마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콘텐츠를 보강, 지역문화예술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구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은 경북도는 개발낙후지역, 오지 등이 많아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기회가 적은데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문화저변을 넓히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문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 노력없이는 경북도의 문화저변 확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 김경술 문화예술과장은 "중앙정부로부터의 행정권한 이양에 따른 위임, 위탁업무의 증가로 인해 문화행정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역민들의 문화욕구를 골고루 충족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시책을 펴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