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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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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냇물이 흙에 스미며

스스로 제 몸을 조금씩 줄이는 일

가끔은 저렇게 작고 아름다운 것이

내 가슴을 칠 때가 있네

시인이 시를 쓰려고 만년필 뚜껑을 여는 일

저녁이 되어 세상의 아낙들이 쌀을 씻으려고

쌀독의 뚜껑을 여는 일

착한 소와 말들이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마구간에서 고단한 눈을 감는 일

저 작고 아름다운 것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거룩하게 보일 때가 있네

이기철 '가끔은 작고 아름다운 것이'

시의 성패는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가에 있다.이 시는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는 통찰과 혜안이 있는 좋은 시이다.

그러나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제 몸을 조금씩 줄이는 일'이나 '저녁이 되어 아낙들이 쌀을 씻으려는' 행동이나'착한 소와 말들이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마구간에서 고단한 눈을 감는 일'보다 더 크고 거룩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출세, 권력, 부귀영화가 이 보다 더 크고 아름답지는 결코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이 주장하는 '저 작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표현은 역설이다. 사실은 저 작은 게 가장 큰 것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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