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엔低 '비상 플랜'서둘러야 할 때

일본 엔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연초부터 우리의 수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출업체가 해외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低)는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려 수출 전선을 비상 사태로 몰아가고 있다.

9일 도쿄 외환 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33엔대 중반까지 떨어져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면서 지난해 9월이후 10%나 떨어졌다. 따라서 원화의 대(對)엔 환율도 100엔당 1천원선이 벌써 무너졌으며 최근에는 980원선에 육박하고 있다. 100엔당 1천20원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수출업체들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출혈 수출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강력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수치상 일본엔화 가치가 10% 절하되면 우리의 수출액은 27억달러 줄어든다.

이처럼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 허물어지자 올해 조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아직 세계적으로 반테러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의 WTO가입으로 올해는 중국과의 경쟁이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엔저 악재는 경기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이미 지난해 12.5%의 수출 감소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올해 수출목표 1천620억달러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본의 태도다.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일본은 경기회복의 마지막 수단으로 환율정책을 들고나왔으며 이미 달러당 '120∼140엔'을 적정 수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관료들도 엔저 용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어 시장기능을 벗어난 의도적인 환율정책이라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도적인 환율정책은 이웃을 궁핍화(窮乏化)시킨다. 따라서 정부는 섣부른 대응책은 자제해야 하지만 일본의 정책변화에 우리 경제가 휘둘리지 않도록 환율이 경제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 이상으로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에 대비해 중국과 연계하는 등 비상 시나리오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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