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달라진 '직업관'

역사는 변한다. 사람들의 갈망과 필요한 생활 조건도 마찬가지다. 그에 따른 사회의 직업 구조도, 개별 직업 분야의 성쇠도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우리는 이같은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직업 분야의 성쇠를 결정하는 조건들이 격변함으로써 그에 대한 기대도 쉴새 없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스스로는 변하지 않고 환경 조건의 변화와 시대적 대세의 흐름을 바꾸려는 행동은 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자기 직업에 얼마만큼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기대가 무너진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살아 남기도 하고 밀려나기도 할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요즘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 사업 아이템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상도 그 때문이다.

이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져 가고 있기 때문에 새 직업을 구할 때 '앞으로 뜰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올해 대학 입시에도 인기 학과에 나이가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 우리 사회의 새 풍속도를 보여 주고 있다. 경희대 한의예과의 경우 정시모집 가군 합격자 113명 중 14명이나 1975년 이전에 태어난 30~40대 늦깎이들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 가운데는 대기업 부장.연구원.학원강사 등이 들어 있어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있음은 물론 이즈음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의 불안감과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경희대 한의예과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현일(43)씨는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으로 83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17년간 근무하면서 설계부장까지 지내고 퇴사한 뒤 1년 가까운 수험 준비 끝에 진로를 바꾼 경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 안정적인 직업으로 한의사의 길을 택했다는 그는 "주위에서 말렸지만 더 이상 머뭇거리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코 예사로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직업관을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환경미화원을 꼽아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대학생들의 이같은 인식은 곧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화려하지는 않지만 신분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직업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아무튼 시대적 요구와 생활 조건에 맞고 거품도 빠지는 등 달라지는 직업관이 정착돼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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