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상 컴퓨터를 살 처지가 못돼, 그걸 보는 순간 훔치고 싶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혀져서 그만…"
지난 9일 오후 3시쯤 청도군 청도읍 ㄱ싱크가게 안에 현금 3천원이 든 편지 한통이 배달됐다. 가게주인 박씨(34) 앞으로 온 이 편지는 '도둑이 될 뻔한 중3짜리 소년'이 참회하며 또박또박 쓴 두 쪽짜리 반성문.
이날 새벽 2시쯤 가게에 있는 최신형 컴퓨터와 모니터를 훔치려다 옆 가게 주인에게 들켜 도망친 후 깊히 뉘우치고는 곧바로 반성문을 써서 문틈으로 밀어 넣어 둔 것이었다.
당시 칼도 갖고 있었다는 이 학생은 "독하게 마음 먹고 가게를 털려 했더라면 더 큰 사건을 저지를 뻔 했다"며, "도망쳐 온 후 집에 돌아와 많이 후회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썼다. 현금 3천원은 가게에 들어가려고 유리창을 깨 변상하려는 것이고, 이것으로나마 주인의 노여움이 풀리길 바래서 일주일치 용돈으로 갚는다고 했다. "앞으로 정말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은 추신으로 적혀 있었다.
또 편지의 뒷장은 신에게 용서를 비는 참회의 글로 채워져 있었다. "저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컴퓨터를 한대 사고 싶었습니다. 컴퓨터가 없어 PC방을 전전하는 일에 짜증이 났습니다. 컴퓨터 매장을 지나칠 때면 최고의 컴퓨터를 사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게임도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치솟았습니다.
내 눈에는 오로지 컴퓨터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남의 것을 탐냈습니다. 하느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다시 이런 일을 한다면 어떤 벌을 내리시더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편지를 읽은 뒤 가게 주인 박씨은 오히려 이 중3생을 걱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생을 돕고 싶어졌다는 것. 옆 가게 주인들 역시 너나없이 동정했다. "어른들도 남의 차를 상하게 해놓고도 모른체 달아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자신이 부순 유리창 값을 돌려줄 학생이면 정말 모범 시민 될 자격을 갖췄다고 봐야지요. 이웃끼리 돈을 모아 멋진 컴퓨터를 한대 사 주고 싶습니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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