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판계의 핫 이슈는 온라인 서점간 도서가격 할인경쟁이었다. 서로 치고받는 치열한 가격 전쟁이 전개되자 오프라인 서점들이 이에 반발하고 출판사들이 온라인 서점에 일시적으로 도서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빚어졌다.
몇 년 새 인터넷 서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시장환경에서 온라인 서점간 가격경쟁은 시장 우위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자 고육책이었다.
지금도 이들의 화두는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이다.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가격 경쟁력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여전하다. '제 살 깎아먹기'를 해야하는 이런 구조에서는 과연 승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래서 도서할인율 제한 등을 골자로한 입법안까지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들은 상대편 쌀독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출혈경쟁을 그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필사적인 공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구의 한 벤처기업이 인터넷 서점 '북스코리아닷컴'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까지 '청운서적'이 운영해오던 온라인 서점. 피비린내나는 온라인 도서시장에서 이 사이트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은 신선한 면이 없지 않다.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라는게 이 서점 CEO의 말. 즉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다른 사이트보다 몇 백원 싼 가격이 아니라 '다시 찾게 되는 서점'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책이라는 '상품'만 있는 사이트가 아니라 고객이 유익한 출판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있는 품격 높은 도서문화 포털사이트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의 성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고객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회원들을 고정고객으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17, 18세기 유럽 고급사교계의 중심이었던 '살롱'을 생각해보자. 그곳을 드나드는 구성원들의 신분과 교양, 매너 등에 따라 그 살롱의 품격이 좌우되어 왔다. 북스코리아닷컴이 앞으로 '품격'과 '이익'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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