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머투어 호주(하)-세계 3대 미항 시드니

남반구의 여름 아침. 진작부터 떠오른 해가 잠자리를 털게 만든다. 새벽 4시면 뜬 해가 오후 8시 30분이 돼야 진다. 쾌청한 하늘, 고층 스카이라인, 사철 파릇파릇한 녹음, 풍덩 빠지고 싶은 바다….

시드니의 매력은 바로 조화에 있다. 바다와 땅이 만나도 어색하지 않아 좋고, 화려한 현대식 초고층빌딩 옆에서 100년전 고색창연한 영국식 창고형 건물이 이국적인 향수에 젖게 만들고, 하이드 파크를 이웃삼아 깨끗한 다운타운과 지저분한 차이나타운의 공존.

인종이며, 음식마저도 하나되는 세계 3대 미항의 매력은 이른바 퓨전(융화)이다. 그 정점에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있다.

호주여행에서 시드니 투어는 대개 2박 3일. 시드니공항에 도착하면 아침이다. 투어여행사를 이용한다 해도 제대로 둘러보기에는 빡빡한 일정이 될 수밖에 없다.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곧장 거리로 나선다. 시드니 도심투어는 시청과 하이드파크를 가운데 두고 일주하는 일정이 이어진다.

시드니투어의 출발점은 서큘러 키(Circular Quay).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작은 항구다. 도심번화가 조지 스트리트를 따라 채 10분거리가 되지 않는다. 유럽 이주민들이 시드니로 들어와 처음 정착했다는 록스거리도 바로 옆이다.

유럽의 도시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고풍스럽다. 록스거리는 주말이면 벼룩시장으로 바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호주 특산품, 기념품, 인형 등 없는 게 없다. 150여개의 상점이 물건 자랑을 하며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한다.

재미삼아 흥정을 몇번 시도해봐도 값은 잘 깎아주지 않는다. 무명 화가 앞에 앉아 자신의 초상화가 어떻게 나올까 긴장한 표정의 소녀, 발이며 어깨며 마사지를 해주는 중국계 천막도 눈길을 끈다. 물건 고르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깜빡하기 쉬운 길 양편 영국풍 노천카페. 1830년부터 주류판매 허가권을 갖고 문을 열고 있는 술집도 있다.

옛 양털상점 등 창고식 건물을 개조, 역사적 명소로 바꿔 놓았다. 워터프런트 레스토랑에서는 해산물 위주의 음식을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바다에 바짝 붙은 오페라하우스가 식사도중 내내 눈길을 뺏는다.

총독관저를 지나 팜코브쪽에 위치한 미세스 매커리 포인트(Mrs. Macquarie Point). 과거 총독 부인이 영국 출장이 잦던 남편을 앉아서 기다리던 의자. 바다를 향해 앉은 우아한 귀부인이 동상이 돼 관광객을 맞는다.

왼쪽으로 몇발짝 가면 시드니의 2대 상징물 오페라 하우스와 시드니 하버브리지를 기념사진으로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올려다 보기만 했던 하버브리지도 이제는 정복의 대상. 지닌 98년부터 교각 아치를 걸어서 올라가는 클라이밍투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무모한 발상, 그러나 기어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방풍용 옷과 무전기를 착용하고 안전벨트를 한 후 10명씩 조를 이뤄 가이드를 따라 올라간다. 왕복 대략 3시간.

결혼 45주년 기념등반으로 캔버라에서 달려왔다는 백발의 노부부는 숨소리조차 내지않고 노익장을 과시한다. 젊은 사람보다 여유롭다. 운동이 체질화 된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정상에 오르면 134m. 올라가면서 내려다 볼때의 무섬증은 어느순간 사라지고 없다.

시드니의 고층 빌딩군이 발아래로 들어오면서 정복이 끝난 것이다시내중심 마틴 플레이스(일종의 소광장.보행자 전용도로)에 서면 사람냄새가 확 풍긴다. 지나치는 미소가 싱그럽다. 각양각색의 인종, 패션도 훌륭한 볼거리다. 각국 여행자들과 눈인사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시청 맞은 편 고색창연한 퀸 빅토리아 빌딩은 속을 들여다보면 쇼핑센터.

낡은 건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꾸며 놓았다. AMP타워 전망 레스토랑에서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한번쯤 폼을 잡아볼 만 하다. 360도로 회전하는 테이블에서 시드니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달링하버(Darling Harbour)는 새롭게 뜨는 관광명소. 지난 1988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소와 공장 폐허만 늘어서 있던 곳을 깔끔하게 재개발한 곳이다. 오후 8시가 지나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밤이 되면 시드니는 변신한다. 낮에 분명 다녀온 곳인데도 야경 아래서는 새롭게 태어난다.

시드니의 마지막 날 밤, 꼭 선상크루즈를 타보자. 마틸다, 캡틴 쿡, 시드니 쇼보트 등 3개회사가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유혹한다. 춤과 노래, 마술쇼가 시드니 야경과 겹쳐진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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