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자들 호 참화계기 다시 주장

'산불은 필요하다'

호주가 사상 최악의 산불로 위기를 맞고 있고 우리도 해마다 늦가을부터 봄철까지 산불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있는 터에 이같은 주장이 다시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지난해 크리스마스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최근까지 산림 50만ha를 태우고 이재민 5천여명을 발생시키는 등엄청난 피해를 냈다.

이 산불은 현재 시드니 부근까지 접근, 주민을 위협하고 있다. 또 캥거루와 코알라 등 수많은 동물들이 불에 타 죽거나, 먹이감이 사라져 굶어죽고 있다.이런 대형 참화를 일으키는데도 산불이 필요하다니 언뜻 이해가 어렵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산불이 오래된 나무를 숲에서 없애고 유기체를 신속히 분해해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고 주장한다. 질소와 같은 기본 영양소를 재생산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로지폴과 잭 파인처럼 가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은 산불에 노출된 뒤에야 씨앗이 발아된다는 것. 마운틴 애쉬 나무 역시 주위가 완전히 타버린 평지에서 태양을 한껏 받을 수 있어야만 자라날 수 있다.

호주 산림의 90%를 차지하는 700여종의 유칼립투스 나무는 산불이 더 잘 번질 수 있도록 돕는 수종이다. 이 나무는 불길이 닿으면껍질이 벗겨지고 잎에서는 불꽃이 잘 번지는 기름을 발산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번개나 실화, 방화가 아니더라도 태양의 열기가 조금만 뜨거우면 언제든지 산불이 날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만드는 나무다.

더욱이 유칼립투스의 씨앗은 단단한 껍질에 쌓여있기때문에 산불이 발생해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산불이 지나간 뒤 새로운 생명을 싹튀울 수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유칼립투스 숲의 이런 생태적 특성을 잘 활용해 왔다. 숲에 정기적으로 불을 놓아 농사를 지으면서 숲은 지켜낸 것이다. 호주 산불의 대재앙은 서구인들이 호주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원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숲에 불을 놓는 관습을 금지시키면서관목들과 죽은 나무가 우거졌다.

이에 따라 최근의 대재앙처럼 일단 산불이 시작되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뿐만 아니라동물들도 피할 곳이 없어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나무들을 제거하는 고의적인 산불을 포함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생태계가 숲"이라며"모든 산불을 일괄적으로 금지시킨 잘못된 정책이 호주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호주에서 일어난 100여건의 산불중 절반 이상이 사람들의 실수로 발생한 산불이었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으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 호주 산불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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