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 이야기-이린이 스타와 흥행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소위 '출세연령'이 크게 낮아지더니, 영화에서도 어린이 스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개봉해 최근까지 전국 335만명의 관객을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끌어 들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주인공 대니얼 래드클리프.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유명해 졌다'는 시인 바이런의 말은 12살의 이 영국 소년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 인터넷에서는 그를 신봉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세계적으로 그를 본뜬 캐릭터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당초 해리포터로 강력 거론된 배우는 '식스 센스'의 천재 아역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 그러나 정작 4만명의 지원자를 뚫고 행운을 차지한 소년은 영국의 신출내기 대니얼 래드클리프였다. 래드클리프는 존 부어맨 감독의 '테일러 오브 파나마'에 출연한 것이 전부인 무명.

제작진은 해리포터 캐스팅에 애를 먹다 우연히 극장에서 마주친 그에게 오디션을 제안했고 마침내 캐스팅 사실을 통보받은 뒤 목욕중이던 아버지와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그는 해리포터 1부작 하나로 이미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고 2004년까지 계속 이어질 3편까지 출연이 확정돼 최종 수입액은 그야말로 천정부지가 될 전망이다.

아역 스타는 지난 해 여덟살 짜리 꼬마가 주인공이었던 호세 루이스 쿠에르다 감독의 '마리 포사'(스페인어로 나비란 뜻)에서도 배출됐다. 1936년 공화파와 파시스트가 격렬하게 대립했던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전장의 포화보다는 인간의 불화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간 이 영화가 '몬초'를 연기한 아역 배우 마누엘 로자노를 띄워 올린 것.

지나치게 영악한 할리우드 아이들과 다르게 유럽꼬마의 천진한 모습이 대비되면서 몬초의 귀여운 성장기와 정년퇴임을 앞둔 선생 '그레고리오'의 가여운 말년을 비추는 라스트 신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스웨덴을 열광시킨 국민영화 '차스키 차스키'에서도 영화 내내 시종 눈길을 끈 건 역시 꼬마 주인공 '차스키'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발랄하지만 조금은 어른스런 여덟살 꼬마 차스키.

이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주인공은 실제 여덟살 아이로 놀랍게도 연기경험이 전혀 없이 이 영화로 데뷔한 꼬마신인 사무엘 하우스다. 스태프들에게 맹랑한 꼬마로 통했던 사무엘은 5천대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보석이다.

촬영내내 여덟살 나이가 믿지 않을 정도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줘 스태프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는 보도다.

공교롭게도 최근 발표된 2001년 할리우드 흥행성적을 분석한 자료도 '해리포터…'(2억9천만 달러)를 필두로 '슈렉'(2억6천700만 달러), '몬스터 주식회사'(2억4천만 달러) 등 어린이 영화가 지난 해 수입면에서 톱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역 배우들이 기세를 돋우고 어린이 영화가 판을 치고….

"우리 땅 다 가져가네"(어른 일동).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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