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영국의 외딴 저택을 배경으로 한 영화 '디 아더스'(The others)는 정체 모를 '타인들'의 출몰이 가져오는 두려움을 기반으로 삼은 공포스릴러 물.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공포를 전하며 느리게 진행되면서도 마지막 장면의 긴장감은 어떤 엽기적인 공포영화의 자극도 능가한다는 평이다. 지난해 8월 12일 북미에서 개봉해 첫 주말에 1천4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한달이 지난 9.11테러이후 모든 영화가 관객수에서 곤두박질칠때 오히려 11%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레이스'는 남편을 전장에 내보내고 커다란 저택에서 두 남매를 키운다. 아이들은 빛을 받으면 치명적인 해를 입는 희귀병에 걸려 창문에는 항상 커튼을 치고 방문은 꼭꼭 잠가두어야 한다. 예전에 이 저택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하인 세명은 왠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눈빛이다.
엄마를 정신이상으로 여기는 '앤'은 하인들 외에는 아무도 없어야 할 집안에 소년과 노파가 자꾸 나타난다고 외친다. 엄격한 천주교적 생활을 강조하며 하느님께 의지하는 그레이스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
'디 아더스'의 어두운 저택 안으로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식스 센스'마냥 공포를 켜켜이 쌓으며 여지없이 끌려다니는 것 말고는 헤어날 방법이 없다. 영화 초반 40분까지는 의심스러운 공기들로 집안을 가득 채운다. 상처받은 어린 아이가 독기를 품고 일을 도모하는 것인지, 새로 고용된 하인들이 음모를 꾸미는 것인지.
중반 이후 극적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음습한 공간에 일렁이는 촛불, 집 한 구석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는 고립감과 공포심을 더욱 부추긴다.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를 통해 세기말적 상상력을 자랑한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작품이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작품 '바닐라 스카이'에서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가 제작에 참여했고 당시 부인이던 니콜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추천해 화제를 낳았다.
특히 그레이스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히스테릭한 연기가 돋보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레이스가 엽총을 집어들고 긴 복도를 누비면서 '디 아더스'와 대결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압권. 보고나서 앞부분을 반추해 보면 조금씩 어긋나는 것들이 보이긴 해도 큰 흠은 아니다. 11일 개봉.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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