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홀로 있는 먼 산은 낮게 엎드려 있어도 이마에서 무릎까지 기억의 꽃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있었고, 가까이서 보는 산은 높이 솟아 있어도 흰 눈이 쌓여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달빛 아래 맨드릴 옆에 잠든 짚시처럼 잔설이 희끗한 홀로 있는 먼산은 철따라 분홍꽃, 파랑꽃, 흰꽃을 달고 있어도 비애와 좌절과 끔찍함을 겪은 겸손이 배어져 있었다.

외로이 홀아비꽃대로 서 있는 산은 펄럭이는 헌 두루마기를 걸친 에피크티투스가 늑대 승냥이로부터 보호하느라고 얼굴가득 흉터가 생긴 개를 어루만져주기도 했고, 환멸에 찌든 인간에게도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이다.

-도광의 '홀로 있는 먼 산'

◈맨드릴은 개코 원숭이의 한 종류이며, 에피크티투스는 노예였으나 네로황제에 의해 해방된 그리스 스토아학파 철학자이다. 시에서 이 처럼 일반 독자가 알아먹기 힘든 외국어를 쓰는 경우는 이 단어가 주는 기호이미지와 엑조티시즘(이국정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시는 기교보다, 비애와 좌절을 겪고도 의연한 산의 위엄과 환멸에 찌든 인간을 위무해주는 산의 넉넉한 품성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이 시에서 산을 단순히 산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산처럼 의연하고 넉넉한, 큰 인간도 있는 법이니까.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이석연 초대 국민통합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청와대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후임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대구국제공항과 중국 베이징 및 샤먼을 연결하는 국제선 운수권을 이스타항공과 트리니티항공에 배분하며, 지방공항의 국제선 노선 확장...
강원 홍천군의 국유림에서 3명이 잣 열매를 불법으로 따다 현행범으로 붙잡혔으며, 산림청은 10월 31일까지 불법행위 집중단속에 나섰다. 이번...
영국의 16~21세 청년들 사이에서 친한 친구가 없는 비율이 10년 새 5배 증가하며, 현재 20명 중 1명이 친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