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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는 먼 산은 낮게 엎드려 있어도 이마에서 무릎까지 기억의 꽃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있었고, 가까이서 보는 산은 높이 솟아 있어도 흰 눈이 쌓여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달빛 아래 맨드릴 옆에 잠든 짚시처럼 잔설이 희끗한 홀로 있는 먼산은 철따라 분홍꽃, 파랑꽃, 흰꽃을 달고 있어도 비애와 좌절과 끔찍함을 겪은 겸손이 배어져 있었다.

외로이 홀아비꽃대로 서 있는 산은 펄럭이는 헌 두루마기를 걸친 에피크티투스가 늑대 승냥이로부터 보호하느라고 얼굴가득 흉터가 생긴 개를 어루만져주기도 했고, 환멸에 찌든 인간에게도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이다.

-도광의 '홀로 있는 먼 산'

◈맨드릴은 개코 원숭이의 한 종류이며, 에피크티투스는 노예였으나 네로황제에 의해 해방된 그리스 스토아학파 철학자이다. 시에서 이 처럼 일반 독자가 알아먹기 힘든 외국어를 쓰는 경우는 이 단어가 주는 기호이미지와 엑조티시즘(이국정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시는 기교보다, 비애와 좌절을 겪고도 의연한 산의 위엄과 환멸에 찌든 인간을 위무해주는 산의 넉넉한 품성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이 시에서 산을 단순히 산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산처럼 의연하고 넉넉한, 큰 인간도 있는 법이니까.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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