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했음을 조금 과장해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대구에는 이 말을 정말 실감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284 대구임업시험장이 바로 그곳.
오는 4월 대구수목원이란 새 이름과 함께 시민 자연학습 및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이곳에 들어서면 과연 여기가 악취나는 쓰레기매립장이었는지 의심부터 갖게 된다.
7만평이 넘는 넓은 대지 위에는 수만그루의 온갖 나무가 빽빽이 심겨져 있고 200여종을 헤아리는 선인장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는 온실은 마치 먼 이국 어딘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 1.7km에 걸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펼쳐진 아담한 규모의 테마별 소정원들은 콘크리트문화에 익숙한 관람객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낸다. 도저히 발 아래에 무려 410만t, 8t 트럭 51만2천500대 분량의 각종 쓰레기가 묻혀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구시가 지난 86년부터 90년까지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했던 이곳을 도시형 수목원으로 개발키로 한 것은 지난 97년. 매립이 끝난 뒤 수년간 방치, 악취가 진동하고 파리.모기떼가 들끓어 인근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효과적인 개발방안을 찾게 된 것.
대구시는 당초 양묘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으나 시민 여가활용공간이 부족한 현실과 토지이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 150만㎥의 건설잔토를 활용해 6~7m 높이로 복토한 뒤 98년 수목원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대구수목원은 특히 혐오시설인 쓰레기매립장 개발의 전국 첫 사례라는 점 때문에 계획발표단계부터 각 자치단체 및 정부,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대구시도 지역내 식물종 다양성 확보, 관련분야 연구기반 제공 등 수목원 본연의 기능을 갖추게 된 점과 함께 '국토 재활용'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이정웅 대구시 녹지과장은 "전국 각 지자체마다 사용이 끝난 쓰레기매립장이 많아 벤치마킹을 위한 울산.부산 등 지자체들의 방문.문의가 잇따르는 형편"이라며 "쓰레기매립장의 생태공원화 사업은 쓰레기정책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비 60억원 등 사업비 103억원을 들여 '대구의 난지도'를 시민휴식공간으로 변신시키는 대공사는 지금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진척도는 95% 정도. '분재원' '선인장 온실' '수석전시실' '탐방객 센터'는 이미 일반에게 공개중이다.
대구수목원은 '무궁화원' '염료식물원' '방향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15개 테마별 소정원으로 이뤄져있다. 전문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모두 다 둘러보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게 수목원측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선인장 온실. 150여평 규모에 가득 찬 광자금호. 장군.길상천.세설 등 80년 이상된 종을 비롯, 국내 최다인 200여종의 선인장들이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선인장 온실 옆에 자리한 분재원도 방문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해송.매화 등을 이용한 100여점의 분재들이 수목원 안의 또다른 작은 수목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시목(市木)인 전나무와 시화(市花)인 각종 목련으로 꾸며져있는 시목.시화원, 계절별로 꽃이 아름다운 식물을 한데 모아둔 화목원과 친근한 우리꽃 100여종을 갖춘 야생초화원(면적 1천평)도 둘러볼 만하다.
이와 함께 수목원 가장 안쪽에는 천이관찰원(면적 3천평)을 조성, 쓰레기 매립지를 방치했을 경우 생태계의 변화양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 관심을 모은다.
아직 미완성인 상태이지만 벌써부터 가족단위 또는 대구시티투어를 이용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봄.가을철에는 평일 평균 500~1천명, 주말 3천명이 방문했으며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요즘도 최소 1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한편 대구수목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단위 수목원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 종자교류를 추진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35개국의 150여수목원.식물원.대학 등에 종자교환 요청을 한 결과 최근 영국왕립원예협회.스페인 마드리드식물원.중국 난징식물원 등 세계 유명관련기관 50곳으로부터 종자분양을 약속받았다는 것.
대구식물원은 이에 따라 400여 종의 종자를 분양해줄 것을 해외 식물원 등에 요청하는 한편 국제식물원협회 가입 및 자매결연을 통해 세계적 식물원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강점문(38) 임업시험장장은 "수목원은 단순히 시민들의 식물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않고 환경의식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며 "월드컵.U대회를 맞아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상깊은 명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