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勞組가 개혁의 걸림돌"돼서야

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봉균 원장의 개혁 관련 발언은 새삼 관심을 끈다. 특히 출범 초기 구조개혁 목소리를 한껏 높인 DJ정권이 최근에는 온갖 비리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 국책연구기관 원장의 고언(苦言)은 비록 사견이지만 우리 경제 구조 전반에 대한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강 원장은 신년 강연을 통해 구조개혁 지연의 원인으로 노조와 정치권, 여론 주도층을 직접 지목했다. "선거철을 틈탄 강성 노동운동과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 정부가 달래기 방식에서 탈피,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탈(脫)정치 경제운용 방침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가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정부의 '무원칙' 방침을 비판한 것은 옳다.

구조개혁 지연의 최대 원인으로 노조를 꼽은 것도 그동안 인기주의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식 정국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는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KDI 사상 첫 공채 원장인 강 원장은 관료에서 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신분을 바꾼 후 "구조개혁은 원칙대로 추진해야 한다"거나 "우리나라의 현재 경기상황이 3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정부에 대해 비교적 '쓴소리'를 해온 사람을 알려져있다. 그래서 건전한 노동운동이 뿌리 내리기 위해 정부가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경영자는 경영의 투명성을 확립해야한다는 지적은 '시장 경제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의미가 깊다.

지금 관료사회는 부패할대로 부패했으며 개혁과는 거리가 먼 연고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때문이 아닌가. 경제원칙을 무시한 죄값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화두도 '정치논리 배제'로 요약된다. 한국이 불황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지속적인 구조개혁 뿐임을 새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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