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장사퇴…긴박했던 휴일

신승남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3일 법무부와 검찰은 휴일 분위기를 전혀 못느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특히 신 총장 동생 승환씨가 이용호 특검에 구속된 이날 저녁부터 대검 간부들을 비롯한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오후 5시50분께 영장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반응 속에서도 착잡함과 어수선한 분위기가 뒤섞이면서 온통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유창종 대검 중수부장은 영장발부 소식을 듣고 곧바로 사무실로 나와 명동성 수사기획관과 중수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다른 대검 검사장들도 속속 대검청사에 나와 상황파악과 함께 대책을 숙의했고, 비상연락망을 통해 소식을 접한 대검 과장들도 급히 달려나오며 사태는 더욱 긴박해졌다.

김각영 대검차장은 밤 10시께 대검 검사장 및 일선 과장 등 간부 전원을 긴급소집, 심야회의를 열어 신 총장 거취 및 향후 검찰인사 방향 등을 논의했고, 11시께는 대검 본관의 출입이 완전 통제됐다.

이후 검찰이 본관 안에 있던 출입기자들도 전원 건물 밖으로 내보내면서 신 총장의 거취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11시25분께 이중훈 대검 공보관이 기자실에 들러 "총장이 청와대에 사퇴의사를 밝혔다"며 신 총장의 사퇴사실을 짤막하게 공식 발표했으며, 자정이 조금 넘어 김각영 대검차장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귀가하기 시작했다.

신 총장은 동생의 영장이 발부된 직후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을 시내 모처에서 만나 사퇴의사를 전달한 뒤 대검 공보관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발표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장은 휴일인 이날 출근하지 않은 채 시내 모처에서 거취 문제를 고심했으며 동생의 구속이 결정되자 사퇴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간부는 "여러 범죄사실 가운데 한가지만 소명되면 구속영장은 발부되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작년 9월 대검이 이용호 게이트에 대해 수사할 당시 총장 동생을 구속했더라면 특검제도, 총장사퇴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끊이지 않는 검찰의 수난에 그저 답답할뿐"이라며 "신 총장은 조직개혁 등에 의욕이 많은 '총장'이었는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한편 특검팀은 신승환씨를 구속수감한 뒤 퇴근준비를 하면서 신 총장의 사퇴소식을 전해듣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먼저 퇴근해 집에서 소식을 접한 특검관계자들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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