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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잠에서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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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는 '잔다는 건 탄생으로 인하여 잔혹하게 중지된 태아의 삶을 매일 아침 고통스럽게 다시 연출해 보는 것' 이라 했다.그런 잠이었는가.

해 뜨는 소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자고 있는 나를 수욱 끄집어 내는 것처럼 잔혹하게 들려와 오늘도 어제처럼 잠에서 깨어 보니 정신없고 사려 깊어야 하는 아침 시간이란 다시 세상속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밀어 넣어라는 신의 손짓같기도 해...

한바탕 그러고나면 친구가, 도처에 널린 약속이란 전화벨이 다시 잔혹하게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 또한 세상에 충성하듯 고개를주억거리며 읽던 조간과 집을 등지고 풀잎 위를 구르다 기어이 떨어지고만 이슬같은 민심이 쑥덕이는 거리로 나선다.

무슨 의미를 담은 깃발은 방향도 없이 나부끼고 연한 그림자들의 발길은 미로행 버스에 실려 심각해지기 시작하는데 코 마스크를 끼워야 할 만큼 한바탕 눈발 휘날리더니 다시 대충 덮어두려하는 이웃같이 처연한 낮달이 뚫어지게 나를 따라오고 있다.지하에선 오래된 폭발음이 계속 들리고 공원 앞마당으로 줄을 서는 노인들의 행렬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쉽게 늙어버리고 쉽게 사악해지는 이 거리의 천가지도 넘는 얼굴은 "나 그대의 세금을 먹고 사노라"며 외치고, 그물망에 걸린 멸치처럼 부르르떨면서 소멸해가고 있는 사람들.

세상엔 참 할 일도 많고, 신의 그것과 같이 길고 긴 꼬리를 가진 그 무엇이 자꾸 꿈틀거리는 저녁시장은 저토록 바쁘고바쁜데, 오늘도 팔학군으로, 게이트의 소굴 중앙으로, 황금의 땅 강남으로, 미국으로 캐나다로...

이 도시를 떠나는 이웃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별의 슬픔에 지치고 지쳐, 지친 육신이 어두침침한 골목 소변자국 패어진 담벼락에 기댄 가등의 그림자를 밟으며 그래도 어머니, 어머니, 라고 부를 따스한 자궁같은 집으로 허적허적 돌아갈 곳이라도 내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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