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보는 인간 간디

사티아그라하(진리).아힘사(비폭력).스와라지(자치).브라마차리아(금욕)…. 비상한 동정심과 비폭력으로 인류를 사랑했던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혼, 간디(Gandhi). 거대한 분노와 무참한 보복으로 물든 폭력의 21세기, 지금 간디를 읽는다는 것은어찌보면 시대적인 요청에 다름 아니다.

한길사에서 내놓은 역서 '마하트마 간디'(요게시 차다 지음.정영목 옮김)는 '간디 자서전'은 물론 그후 간디의 생애를 가장 완벽하게 복원해낸 국내 최초의 간디 평전이라 할만하다. 이책의 원제는 'Rediscovering Gandhi' 즉 '간디의 재발견'이다.그만큼 지금껏 자세히 소개되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이 있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면을 새롭게 찾아보았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간디의 암살범 나투람 고드세와 그에 대한 재판과정이 상세히 소개돼 있어 간디의 신화 속에서 맹목적인 허우적거림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간디의 또 다른 면을 생각해 보게 한다.

민족의 분열을 안타까워하며 두 종교간 진정한 화합을 바랐던 간디도 암살자에게 단지 '인도의 바푸'가 아니라 '파키스탄의 바푸'였던 것이다. 간디는 또 완전한 브라마차리아(금욕) 실험을 위해 외손녀 마누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자 했던 일이 추문이 돼어 깊은 상처를 받기도 했다.

종교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어머니와 죽는날까지 헌신적이었던 아내 푸틀리바이, 유럽의 친구 소냐 슐레신, 뛰어난 동지 사로지니 나이두, 양딸이자 비서였던 미라벤, 외손녀 마누와 아바 등 간디의 주변에는 많은 여성들이 있었다. 그가 평생을 고수했던 비폭력 신념 속에는 아마 이런 여성성의 위대한 힘이 장전돼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치밀하게 구성된 평전이다. 간디는 읽는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드라마가 있다.그는 힌두교도였지만 고통받는 이슬람교도를 위해 기도했고, 최하층 계급인 불가촉 천민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종교는 '진리의 실험'이었던 것이다.

간디의 일대기를 다룬 목적은 자연스럽게 폭력과 평화에 대한 담론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름의 약점도 있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있는 그런 '인간 간디'를 새롭게 재발견하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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