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뽑자'

"새 대통령은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룰을 존중하는 사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 말은 이 시대적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정치인의거짓말과 말 바꾸기에 배신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가 글로벌화 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신뢰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지난 99년 부패라운드라는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이 있고 나서부터는 거짓은 더욱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는 미국의 미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로부터 한국은 신뢰가 약해 선진국에 진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지적까지 받은 상태가 아닌가. 그리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말의 신뢰를 강조한 것은 정말 시의 적절하다.

어제 있은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서도 그랬다. 주택보급률 100%달성을 올해(2002년) 내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8·15경축사에서는 2003년까지 100%달성하겠다고 말했었다. 비록 정부통계의 계산방법차이로 당겨졌다고는 하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일반 정치인의 경우는 더하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는 거짓말이 아니고 말을 바꾸었을 뿐이라며 괴변을 늘어놓기까지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거짓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는 한국적 정치풍토에도 있다. 일반 국민도 세계화시대에 맞게 이러한 잘못된 도덕적 가치는 고쳐나가야 한다.

이래서는 국민과 정부가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신뢰가 없으면 정책의 효과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또 신뢰가 없는 사회는 신용(信用)비용이 너무 들어 국제 경쟁력에 뒤져 밀려날 수밖에 없다. 또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라고했는데 눈물을 닦아주는 행위가 거짓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버렸다면 정치는 그 의미를 상실한 것 아닌가. 결국 정치개혁의 요체는 '말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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