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기다림의 미학

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이전에는 고리타분한 소리로 여겨졌던 것들, '너희도 나이가 들면 알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이 요즘은 피부로 느끼곤 한다. 그 중에서 대세를 알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기다림의 여유, 기다림의 끈기는 초스피드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인 것 같다.

오늘날은 시대가 바뀌어 치열한 경쟁의 사회로 전환되어 남들보다 나은 선택을 먼저 하여야 한다는 강박감과 초조함이 잠재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기다린다는 것은 패배와 실패라는 의미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다림이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고행의 길이기 때문이다.

삶에는 항상 좌절이라는 것을 만나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인내와 같은 기다림이 있어야 해결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무기력함으로 해석되어져서는 안 된다.

기다림도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행동양식임을 알아야 한다. 기다림이란 정신을 몰두하고 고군분투하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고품격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 가끔 기다림을 좌절을 피해가려는 소극적인 행동으로 말하곤 한다.

이는 진정한 기다림을 모르는 사람으로 이런 사람들은 쉽게 분노하기에 기다림이라는 지혜의 여신을 영원히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기다림을 용기로 아는 사람, 이는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한국이 OECD국가 중 교통사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것, 졸업을 앞둔 미취업자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신중함보다는 조급함에 동분서주하는 이때 기다림의 지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고난에 대한 기다림, 양보의 미덕,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어 나가는 기다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다림의 지혜를 알 때 가까운 장래에 찾아오는 성공은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기다림을 인고(忍苦)라 하여 고통으로 해석하지 말고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박광득(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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