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지역문화 과제와 전망-6)무용계

월드컵의 해를 맞아 선진 문화도시 건설을 위해 지역 예술계가 분주히 뛰고 있는 가운데 대구 무용계는 풀어야 할 큰 과제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영남대 무용전공 신설 등으로 신선한 바람도 예상되지만 지난해 무용협회 대구지회 운영을 둘러싸고 발생한 내분이 해결되지 않고 해를 넘겨 무용계 전체에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구 예술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무용계는 제살 깍아먹기식의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대구 무용계는 무용 저변인구 확대와 무용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한 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영남대 체육학과에 정원 40명의 무용전공이 신설돼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함에 따라 계명대, 대구가톨릭대가 주도하고 있는 대구 무용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용 전공 고등학생들에게 폭 넓은 대학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무용 인재 양성도 활발해져 지역 무용계가 한발 더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 지난해 말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에 10명 규모의 생활무용전공이 신설된 것도 무용 대중화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재즈댄스, 힙합, 댄스스포츠 등이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하고 무용의 주변부로 남아 있어 무용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외면받는 한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 무용의 철저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대중무용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은 사회무용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면을 들여다 보면 올 한해 대구 무용계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 지난해 '무용협회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가 김정림 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장의 지회 운영을 문제 삼으며 시작된 내분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

한국무용협회가 '추진위원회'의 진정을 받아 들여 대구지회 폐쇄 조치를 내리자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총회를 열고 백년욱씨를 새로운 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김정림씨는 지난해 11월 말 대구지방법원에 대구지회 폐쇄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가처분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정림씨는 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와 공동명의로 한국무용협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문화관광부 승인도 받지 않은 정관에 따라 대구지회 폐쇄조치를 내린 한국무용협회 결정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구지회 운영을 둘러싼 대구 무용계 내분이 법적 문제로 비화되어 해결책이 더욱 난감해진 실정이다. 만일 법원이 김정림씨가 제출한 가처분소송을 받아 들일 경우 두개의 대구지회가 공존하는 사태마저 발생할 수 있다.

법조계 한 인사에 따르면 대구지회 폐쇄 조치가 내려지기 전 김정림 지회장의 임기가 오는 2월말까지 되어 있어 2월 이전에 가처분 소송이 받아 들여져 대구지회가 복권될 경우 '추진위원회' 총회의 적법성을 따져 봐야 하며 '추진위원회' 총회가 적법 판정을 받게 되면 두개 지회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두개 지회를 하나로 통합할 수밖에 없으나 심각한 골이 형성된 지금의 대구 무용계 분위기로는 통합 자체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통합이 이루어지더라도 지회가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무용협회 안승원 사무국장은 "두개 지회가 공존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회를 통합하는 방법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해 대구 무용계 갈등이 장기화 될 수 있음을 비쳤다.

지난해 지회장 선출을 둘러싼 마찰로 큰 홍역을 치른 한국음협 대구지회는 내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최영은 지회장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조직하는 등 의욕에 찬 새출발을 하고 있어 대구 무용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술 파트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무용계 내부에서 대중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대구 무용계는 언제까지 다툼만 할 수 없다. 특히 월드컵을 비롯,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등 굵직한 국제 행사가 잇따라 예정되어 있어 시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무용계 역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 무용계가 아픔을 딛고 더욱 성숙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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