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통령의 '건강'

대통령의 건강만큼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도 드물 것이다.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면 주가폭락 등 경제문제에서부터 국가안보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어느나라도 대통령의 건강 악화는 극비 정보로 분류케 된다.

▲냉전기인 60년대초 미국을 방문한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대.소변을 미국 CIA가 비밀리에 빼돌려건강 체크를 하려한 적이 있었다.

이를 눈치챈 소련 첩보기관 KGB가 가로막고 나섰고 급기야는 미.소 양대국의 첩보기관간에'흐루시초프의 똥.오줌 쟁탈전'이라는 웃지못할 희극이 숨막히게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이 말은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하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노회한 지도자들은 한번씩 자신의 건강을 과시, 도전세력들이 감히 자신의 권좌를 넘보지 못하게도 한다. 지난해 여름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파도가 드세기로 유명한 흑해(黑海)에서 32분간이나 수영,75세의 노익장을 자랑했다.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당시까지 나돌던 장쩌민의 은퇴설은 '흑해' 수영 이후 잠잠해졌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요즘 부시 미국대통령이 과자를 먹다 졸도, 돈짝만큼 피멍이든 얼굴로 TV에 등장한 것도 화제다. "어릴 때 어머니 말씀이 프레첼 과자를 꼭꼭 씹어먹어라 하셨는데 제대로 씹지않아 이렇게 됐다. 어머니 말씀은 항상 옳다"며 우리를 웃기고 있는 것은 짐짓 여유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건강이 항간의 화젯거리다. 연두기자회견에 나온 대통령의 모습이 여간 그릇돼 보인 것이 아니라는 걱정이다. 77세의 고령이기는 하지만 갈라지고 쉰 목소리에 피로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회견을 계속했으니 이를 지켜본 국민치고 어느 누구인들 편안했을까 싶은 것이다.

불과 1년전의 연두 기자회견 때만해도 강도 높은 개혁을 내세우며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목청을 돋우던 그가 아닌가. 그런 터수에 "잇달아 터지는 사건들로 정신을 차릴수 없다"고 탈진한 모습이라니…. 김대중 대통령의 피로에 찌들린 노안(老顔)도 걱정이지만 그보다도 방향을 잃고 기진맥진한 그의 자신감 상실이 더욱 걱정스럽다.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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